인수자가 모은 3000만원대 아이템 빼돌려
유명 온라인게임 ‘리니지’에서 기능이 월등한 캐릭터 ‘표’를 키워온 이모 씨(32)는 2009년 12월 780만 원에 이를 장모 씨에게 팔았다. 이 씨는 서버상의 소유주까지 변경할 수는 없기 때문에 법무법인에서 ‘추후 어떤 권리도 행사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공증서까지 작성했다. 본인 인증 절차에 필요한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까지 장 씨에게 모두 넘겼다. 장 씨는 공증을 마쳤고 이 씨의 휴대전화까지 받은 터라 안심했다. 그는 이 씨 휴대전화로 전송된 인증번호를 받아 비밀번호를 변경하고 새 캐릭터로 게임을 즐겼다. 이후 3260만 원 상당의 리니지 게임 아이템을 구입했다.
그러나 9개월 뒤인 2010년 9월 이 씨는 캐릭터 원소유자가 여전히 자신이라는 점을 이용해 비밀번호를 변경한 뒤 장 씨가 사놓은 아이템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팔아치웠다. 장 씨가 갖고 있던 자신 명의의 휴대전화로 인증번호를 받을 수 없도록 정지시켰다. 뒤늦게 이를 안 장 씨가 고소했지만 인천지검 부천지청은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장 씨의 항고를 받은 서울고검 형사부(부장 변찬우 검사장)는 6월 28일 배임 혐의로 이 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고검 관계자는 “온라인게임 캐릭터를 팔아넘긴 뒤 다시 접속해 매수인이 추가로 구입해 놓은 아이템을 몰래 팔아치운 행위를 배임 혐의로 기소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