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 “2억원 안 갚아 범행”은씨 “도와달라더니 칼 꺼내”
인기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과 ‘논스톱’ 등을 연출하고 유재석 신동엽 등이 소속돼 있던 DY엔터테인먼트(현 스톰이앤에프)의 대표를 지낸 MBC 전 PD 은경표 씨(55·사진)가 조직폭력배 두목의 칼에 찔려 병원에 입원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은 씨를 칼로 찌른 ‘익산 중앙동파’ 두목 박모 씨(53)를 현장에서 붙잡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7시경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한 호텔 인근으로 은 씨를 불러내 “빌려준 돈 2억 원을 갚으라”고 했으나 은 씨가 무시하고 자리를 뜨려 하자 허벅지와 턱 부위 등을 칼로 찌른 혐의(살인미수)를 받고 있다. 박 씨는 식칼을 왼쪽 허리에 차고 쇼핑백에도 수건에 싼 회칼을 넣어갔다. 칼을 보고 도망가는 은 씨를 따라가 칼로 찌른 박 씨는 주변사람들에게 “119에 신고하라”고 한 뒤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현장에 있다가 “나는 갈 곳이 없다. 감옥에 가겠다”며 체포됐다. 은 씨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박 씨는 또 “2002년 은인표 씨가 전일저축은행에서 불법대출을 받아 만든 50억 원가량의 수표를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게임용 칩으로 바꾼 뒤 다시 현금으로 교환하는 수법으로 돈 세탁을 해주면서 친분을 쌓게 됐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알게 된 은경표 씨의 부탁으로 유명 가수의 전 매니저이자 은 전 PD의 일을 도왔던 A 씨를 통해 2억 원을 빌려줬다는 것이 박 씨의 주장이다. 전일저축은행은 부실 경영으로 2010년 1월 영업이 정지됐고 같은 해 8월 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은경표·인표 사촌형제는 연예기획사가 수백억∼수천억 원대 자금을 불법 대출받는 데 가담했다는 의혹으로 수사를 받기도 했다.
은 씨는 1일 입원 중인 서울 영등포구의 병원에서 기자와 만나 “박 씨는 10년 전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사람이지만 어떻게 만나게 된 것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건 당일 연락이 와 여의도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더니 자신이 어려운 상황에 있다며 수천만 원을 빌려 달라고 해 ‘도와줄 형편이 안 된다’고 하자 식칼을 꺼냈다”며 “놀라 도망가는데 쫓아와 찔렀다”고 했다. 은 씨는 또 “나는 박 씨에게서 돈을 빌린 적이 없으며 사건 당일에도 내게 돈을 갚으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은경표 관련 중재결정문 >
- 내용 : 동아닷컴은 작년 7월 2일자 <은경표 前 PD '식칼 테러' 50대는 조폭 두목> 제하의 기사에서 은 씨가 연예기획사를 통해 전일저축은행으로부터 거액을 불법 대출받는 데 가담했다는 의혹으로 수사를 받았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조사를 진행했던 서울중앙지방검은 2013년 3월 12일 은 씨에 대하여 불기소 처분을 내렸던 것으로 확인돼 이를 알려드립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중재결정에 따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