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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를 들고]발기부전치료제, 자가처방하다 영구부전될라

입력 | 2012-07-02 03:00:00


박현준 부산대병원 비뇨기과 교수

약은 약인데 약 대접을 제대로 못 받는 약이 있다. 바로 발기부전 치료제다. 발기부전은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질환은 아니다. 그러나 남성의 삶의 질을 좌지우지한다. 발기부전 치료제 역시 전 세계적으로 약 개발 역사에서 큰 주목을 받았던 혁신적인 신약이었다. 그러나 국내 남성들은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인 발기부전 치료제를 호기심에 한 번쯤 먹어 봐도 괜찮은 건강식품 혹은 정력제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발기부전 치료 복제약이 출시되면서 각종 매체를 통해 가격이 저렴하고 다양한 형태의 약들이 소개됐다. 이에 관심을 갖는 남성도 부쩍 많아졌다. 선정적인 복제약의 이름이 미디어를 통해 회자되고,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약 이름 변경을 요청하기도 했다. 회사마다 제품을 알리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이런 영향 때문인지 최근 진료실엔 발기부전 진단을 받기도 전에 값싼 발기부전 치료제를 한꺼번에 많이 처방해 달라고 요구하는 환자가 늘었다. 진단을 받기도 전에 약부터 처방해 달라고 하는 것은 치료보다는 약에 대한 호기심이 앞선 까닭이다. 이러한 환자들의 잘못된 인식은 약을 다른 이와 나눠 먹거나 과다 복용하는 등 약물 오남용 등으로 이어질 우려가 높다.

발기부전 치료제를 반드시 의사의 처방을 통해 복용토록 한 것은 이유가 있다. 환자의 안전과 최적의 약효를 위해서는 의학적인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호기심에 오남용했을 경우 남성의 건강에 미치는 위험은 크다. 가령 자신의 몸 상태나 현재 먹고 있는 약들을 체크하지 않고 발기부전 치료제를 복용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 발기부전 환자 중엔 현재 복용하는 약과 함께 복용하면 안 되기 때문에 발기부전 치료제의 처방을 금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가령 이소소르비드질산염 등의 혈관확장제와 함께 발기부전 치료제를 복용하면 혈압이 뚝 떨어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 항균제 에리스로마이신, 위궤양치료제 시메티딘 등의 약들도 발기부전 치료제와 함께 쓰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환자가 임의로 발기부전 치료제를 한꺼번에 너무 많이 복용하면 두통, 홍조, 어지럼증, 소화불량 등을 겪을 확률이 높아진다.

의사로서 치료제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것은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약은 약으로 대해야 한다. 발기부전이 있을 때는 반드시 의사와 상담하고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받아야 한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발기부전 치료제를 복용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하며 그러한 인식 역시 사라져야 한다. 발기부전의 치료와 예방에 대한 관심보다 약 자체에 대한 호기심이 더 높은 최근의 분위기는 분명 잘못된 것이다.

박현준 부산대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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