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쎄티 서울’ 전시회 기획이돈수 한국해연구소장
이돈수 한국해연구소장은 “수집의 대상은 물건이 아닌 그 물건에 딸린 문화나 역사, 지식”이라며 “이렇게 하면 물건에 대해 집착하지 않으면서 수집가 활동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예전부터 한국 근대에 관심이 많아 근대기의 사진, 고지도, 신문 등 한국의 근대가 기록된 종이를 수집합니다. 대학교 신입생이던 1984년부터 시작했으니 30년이 다 돼 가네요.”
그의 수집 목록을 보니 ‘안응칠’이라는 이름이 선명하게 나와 있는 안중근 의사 사진을 비롯해 근대 한국인의 역사와 생활이 담긴 사진과 엽서가 2만여 점, 한국의 동해 표기 문제와 연관된 고지도 300점을 포함한 지도가 총 1000여 점, 한국 소식을 다룬 신문이 1000여 점이다. 한국 고지도는 웬만한 박물관이 보유한 것보다 많고, 하멜 표류기도 여러 판본을 갖고 있어 전남 강진이나 제주에 있는 기념관 소장본보다 많다.
수집을 하다 보면 놀랄 만한 일도 겪는다. 그는 1990년대 말 독일 인류학자의 한국 관련 사진첩에서 월북 작가 배준성의 작품 사진을 보고 그 작품들이 유럽 어딘가에 있을 것으로 짐작해 추적에 나섰다. 그런데 유럽의 어느 중고물품 시장에 나온 그 그림 수십 점을 한국인이 아주 싼 값에 사갔다는 얘기를 들었고, 그 뒤로 그림 중 일부가 수십억 원에 팔렸다는 풍문이 들려왔다.
“아깝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죠. 하지만 수집은 돈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닙니다. 또 수집의 대상은 엄밀히 말하면 물건이 아니고, 그 물건에 대한 지식입니다. 지식으로 물건을 엮으면 그건 온전히 내 것이 되거든요.”
그는 수집활동을 낚시질에 비유했다. 물고기(물건)가 있을 만한 곳을 조사해 보고, 적당한 미끼(돈)로 확보를 시도하지만 물고기가 물지 않았다고 안달복달해선 안 된다.
“수집을 하려면 공부를 많이 해야 합니다. 물건이 어디에 있을지 조사하고, 그런 물건의 역사를 일일이 찾아서 엮어야 하죠.” 그래서 매일 3, 4시간만 자면서 스페인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를 공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