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스타는 ‘잡념 킬러’?
경기지역에 사는 고3 허모 양(18)은 아이돌그룹 ‘동방신기’의 최강창민이 방송과 팬 미팅 등에서 한 말을 적어놓은 손바닥만 한 수첩을 늘 지니고 다닌다. 공부에 집중이 안 되거나 졸릴 때는 최강창민의 글귀를 보며 마음을 다잡는다.
“최강창민 오빠가 한 말을 보면 저도 모르게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좋아하는 사람의 말은 더 잘 들어주고 싶잖아요?”
대구의 한 고교 2학년 교실 교탁에는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 나온 배우 김수현의 사진이, 교실 뒤 게시판에는 배우 원빈의 사진이 붙어있다. 수업을 듣다가 힘들 때 고개를 돌려 김수현이나 원빈의 사진을 보면 ‘오빠가 보고 있다’는 생각에 더 기운을 내게 된다는 것. 다음은 이 반 이모 양의 증언.
“졸려서 책상에 엎드리면 김수현 오빠 사진과 눈높이가 딱 맞아요. 사진 속 오빠의 눈과 마주치면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에 잠이 확 달아나죠.”
보고, 찢고, 그리고!
“노트북과 휴대전화를 켤 때마다 자연스럽게 응원 문구가 눈에 들어오면 인터넷 서핑의 유혹을 이겨낼 수 있어요. 잘해야겠다는 생각에 다시 책을 펴게 되죠.”
서울 성심여고 3학년 안혜란 양(18)은 친구들과 함께 ‘잡념’을 없애는 특별한 방법을 개발했다. 야간자율학습시간에 집중이 안 되면 연습장에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모두 적는다. ‘비스트(아이돌그룹) 콘서트에 가고 싶다’ ‘패밀리레스토랑 가고 싶다’ 등등. 안 양은 그렇게 잡생각들을 모조리 적은 후 마지막에는 종이를 갈기갈기 찢어 쓰레기통에 버린다.
“공부 방해요소를 머릿속에서 완전히 없애버리겠다는 단호한 마음이에요. 한번 하고 나면 머리가 정리되는 기분이에요”
그림을 그려서 잡념을 떨쳐내는 학생도 있다. 패션잡지 기자가 꿈인 대구 정화여고 2학년 홍소정 양(17)은 공부가 안 되면 펜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패션잡지 ‘보그’ 편집장인 안나 윈투어와 나란히 앉아 작품을 감상하는 모습, 파리의 에펠탑 앞에서 사진 찍는 자신의 모습 등을 연습장에 그려 보는 것.
이태윤 기자 wolf@donga.com
공동취재 이영신 인턴기자 ly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