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넌트레이스도 반환점을 돌았습니다. 역대 최소 400만 관중을 돌파한 팬들의 야구 열기는 어느 해보다 뜨겁게 계속되고 있어요. 한 가지 아쉬운 건, 이런 야구붐 속에서도 10구단 창단이 삼성, 한화, 롯데 등 몇몇 재벌 구단의 반대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는 거죠. 급기야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가 올스타전 보이콧을 선언하고 나서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어요. 선수들이 단체행동에 들어가기 전에 합리적인 결론이 도출되길 기대하지만 그다지 긍정적인 소식은 들려오지 않아요. 안타까운 마음도 달래고 분위기도 바꿀 겸 역대 최다 세이브 신기록을 세웠던 삼성 오승환의 뒷얘기를 시작으로 이번 주 ‘톡톡 베이스볼’을 시작해볼게요.
오승환-진갑용의 ‘어색했던’ 순간
○…삼성은 7월 첫 날 대구 넥센전에서 겹경사를 맞았어요. 팀이 시즌 처음 1위에 오른 데다 마무리투수 오승환은 통산 228세이브를 올리며 한국프로야구 최다 세이브 신기록까지 수립했으니까요. 오승환은 승리 때마다 포수 진갑용과 손가락을 하늘로 세우는 세리머니를 펼치는데요. 하지만 세이브 신기록을 세운 날, 경기를 끝낸 오승환과 진갑용의 모습은 조금 어색했어요. 오승환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그 이유를 밝혀 취재진에게 웃음을 선사했는데요. 그는 신기록 수립 후 데뷔 이래 자신의 볼을 받아준 선배 진갑용에게 감사함을 표하고 싶었다는군요. 오승환은 “항상 나를 잘 이끌어준 (진)갑용이 형에게 고마운 마음이었다. 모자를 벗어 인사를 하면서 고맙다는 표시를 하고 싶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오승환이 모자를 채 벗기도 전에 진갑용이 달려와 그를 끌어안은 것이죠. 늘 세리머니를 펼치다 갑작스레 포옹을 하려니 두 선수 모두 어색한 모양이었나 봅니다. 오승환은 “우리가 좀 그렇다. 우린 뭘 해도 자연스럽지 못하고 어색하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SK 정근우는 소문난 축구광이에요. 초등학교 시절, 잠시 야구를 떠나 축구로 부산 지역을 평정했다고 합니다. 하긴 그렇게 뛰어난 운동신경을 지녔으니, 잘도 뛰었겠죠. 본인 말로는 “내가 축구했으면 카가와 신지(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저리 가라였겠지”라고 합니다. 최근 유로 2012에 빠져있던 정근우는 점쟁이 문어 파울로 변신했습니다. 이미 8강전 때부터 “스페인이 우승할 것”이라고 예언을 했는데, 정확하게 적중했습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결승이 열리기 직전에는 “스페인이 이길 것이고, 이니에스타가 골을 넣을 것”이라고 재확인했는데요. 이니에스타가 골은 넣진 못했지만, MVP에 선정되면서 다시 한번 돋보이는 예지력(?)을 발휘했습니다. 점쟁이 문어 파울이 사망하면서 이번 유로 2012에는 점쟁이 돼지 ‘푼틱’이 등장했죠. 사실 푼틱은 큰 관심을 모으지 못했는데요. 정근우가 그 자리를 대신해야 할 것 같습니다.
김진욱감독 인터뷰 거절하는 이유
○…두산 김진욱 감독은 현역 시절부터 ‘주윤발’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만큼 ‘미남 감독’으로 유명해요. 롯데 양승호 감독도 외모 1순위로 김 감독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고요. 하지만 김 감독은 좀처럼 카메라 앞에 서기를 꺼려해요. 중계방송사에서 경기 후 수훈선수뿐 아니라 승리팀 감독 인터뷰를 진행하지만 구단에 ‘방송인터뷰는 정중히 거절해달라’고 요청한 상태예요. 이유가 있어요. 카메라 울렁증 때문이래요. 외모만큼 수려한 입담을 자랑하는 김 감독이지만 카메라 불만 켜지면 그렇게 힘들대요. 게다가 단순히 개인적 이유 때문만은 아니에요. 김 감독은 “팬들은 이종욱이 오랜만에 안타를 쳤으면 이종욱의 얘기를 듣고 싶어 하지 감독인 내 얘기를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한발 물러서요. 팬들을 위한 야구, 감독이 아닌 선수들이 하는 야구를 추구하는 김 감독의 철학이래요.
김시진 감독 “유행보다 품위 중시”
스포츠1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