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씨는 언덕 꼭대기에서 할머니에게 수레를 건넨 뒤 숨을 헉헉거리며 다시 버스에 올랐다. “기다려줘서 고맙습니다.” 최 씨가 재차 승객들에게 양해를 구하자 한 승객이 젖은 옷을 닦으라며 손수건을 내밀었다. 도움을 받았던 할머니는 얼마나 고마웠는지 버스가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고 있었다.
이 사연은 당시 버스에 탔던 한 대학생이 광주시청 홈페이지 ‘시장에게 바란다’ 코너에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대학생은 “기회가 된다면 가족 모두가 그 기사님이 운전하는 버스를 타보고 싶다”고 적었다. 최 씨는 “할머니가 언덕길을 오르지 못해 그저 힘을 보탠 것일 뿐”이라며 “누구라도 그랬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를 세웠다고 눈살을 찌푸리는 분은 한 분도 없었어요. 언젠가 엄마와 함께 탄 유치원생이 ‘기사님 아이스크림 사드세요’라며 1000원짜리 지폐를 주더라고요.”
시내버스 운전사 경력 10년째인 최 씨는 “1일부터 다른 노선에 투입되는데 힘든 고갯길을 오르는 노인들을 도울 수 없게 돼 아쉽다”고 했다.
“다른 기사님들이 도움을 주면 좋겠는데…그러면 우리 사회가 더 환해지지 않을까요.”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