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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정성희]사이언톨로지

입력 | 2012-07-03 03:00:00


3월 전북 부안에서 두 딸을 살해한 엄마가 ‘기계교’ 신봉자로 알려져 충격을 주었다. 권모 씨(38)는 ‘시스템(기계)’을 신봉하면 잘 먹고 잘살 수 있다는 교리에 빠져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전해지는 황당한 지시에 따르다가 끝내 두 딸을 죽이고 말았다. 그에게 허무맹랑한 교리를 주입하고 엽기적인 지령문을 보낸 사람은 딸의 친구 엄마였다. 권 씨는 독립적인 판단을 못 하는 의존성 성격장애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기계교는 일견 세계적으로 신도를 갖고 있는 사이언톨로지의 유파 같아 보였지만 실재하지 않는 사기 종교였다. 세상에는 무지와 공포를 자양분 삼아 번성하는 사이비 종교도 많다.

▷미국 몬태나 주 출신의 공상과학 소설가 론 허버드가 창시한 사이언톨로지는 과학기술이 인간을 구원하고 인류가 직면한 마약 전쟁 범죄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허버드 홈페이지에 따르면 그는 컴퓨터에 대한 개념이 부상하던 1954년 필라델피아 한 연구소를 방문했을 때 이 종교의 영감을 떠올렸다고 한다. 사이언톨로지는 ‘테탄’이라 부르는 정신 생명의 에너지를 이용해 몸의 아픈 증세를 치료할 수 있다고 맹신한다.

▷이 종교가 유명해진 이유는 할리우드 톱 배우 톰 크루즈 때문일 것이다. 알코올 의존증 환자인 부친으로부터 학대받고 어릴 때부터 가장 노릇을 해온 크루즈는 대본을 못 읽을 정도의 심한 난독증(難讀症) 환자였다. 그는 첫째 부인이었던 미미 로저스의 부친으로부터 난독증을 극복하는 방법을 배움으로써 이 종교에 입문하게 됐다. 로저스의 부친이 사이언톨로지 신도였다. 나이 들어도 여전히 멋있고 성실한 이 배우가 사이언톨로지 때문에 또 이혼당할 위기에 처했다.

▷크루즈의 세 번째 부인인 케이티 홈스가 딸에게 사이언톨로지 교리를 강요하는 남편과 갈등을 빚다가 이혼소송을 냈다. 할리우드 원앙 커플이었지만 자식에게 ‘이상한’ 종교를 강요하는 것만은 참지 못했나 보다. 사이언톨로지는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에서 꽤 많은 신도를 확보하고 있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불법단체로 규정돼 활동을 제약받고 있다. 신의 존재를 부정하신 대신 과학기술을 신봉하는 것이 종교라니 일견 모순 같아 보인다. 사이언톨로지는 과학기술 문명이 득세한 현대사회의 복잡성과 인간의 불완전성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