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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0 열린포럼 할 말 있습니다]변화하는 주택시장, 내집 꼭 가져야 하나

입력 | 2012-07-03 03:00:00


지난달 22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20층 회의실에서 열린 ‘2040 열린포럼’에서 멘토로 나선 국토해양부 박상우 주택토지실장이 ‘주택시장 변화하는 현실, 꼭 집을 가져야 하나’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박 실장은 이날 13명의 포럼 참석자와 2시간 남짓 열띤 토론을 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 ‘78 대 22.’ 2010년 기준으로 국내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과 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나이가 많을수록, 소득이 높을수록 부동산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높게 나타난다.
1960∼90년대 고도 경제성장기를 거치며 부동산값은 떨어지지 않는다는 ‘부동산 불패신화’가 만든 결과다. 그런데 최근 부동산시장이 장기 침체되면서 불패신화가 깨지고 있다. 집을 무리하게 장만했다가 빚더미에 올라앉아 신음하는 ‘하우스 푸어’도 양산되고 있다. ‘2040 열린포럼’의 마지막을 장식할 열 번째 주제로 ‘주택시장 변화하는 현실, 꼭 집을 가져야 하나’로 잡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바뀐 부동산시장 환경과 정부가 시장 안정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이 제대로 된 것인지를 검증해보자는 취지였다.》
지난달 22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20층 회의실에서 열린 이번 포럼에는 멘토 박상우 국토해양부 주택토지실장(51)과 정부 정책에 관심이 많은 대학생 및 직장인 13명이 모였다. 포럼은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정책들을 소개하고 이를 토대로 패널들이 질문하면 박 실장이 대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 서민 임대 늘려라 vs 무작정 확대 어렵다

포럼 시작은 ‘정부의 노력에 비해 국민들이 실생활에서 느끼는 체감도가 현저히 낮은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포문은 이창해 씨(33)가 열었다. 정보기술(IT) 관련 업계에서 일하는 이 씨는 박 실장의 발표가 끝나자마자 “혼자 못 알아들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국토부가 서민주거 안정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박 실장이 “정부 정책은 질 좋은 주택을 국민이 소득수준에 맞게 구입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힌 직후였다.

박 실장은 이 씨의 지적에 “소득수준이 낮아 내 집 마련에 높은 진입장벽을 느끼는 계층을 위해 시중가격보다 저렴하게 주택을 공급한다는 의미”라며 “분양주택 70만 채와 임대주택 80만 채로 구성된 보금자리주택 공급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씨는 다시 “아직 보금자리주택 정책이 집이 필요한 사람 모두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며 “국가 차원에서 저렴한 주택 보급을 더 늘려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이에 박 실장은 “유럽 복지국가는 주택 비중 중 20%를 임대주택으로 하고 있지만 다음 세대에게 빚으로 전가되고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려면 그만큼 세금을 많이 써야 해 조세 부담도 많아지게 된다”며 임대주택을 무한정 확대할 수 없는 현실적인 이유를 소개했다.

정부가 주택기금을 활용해 더 많은 사람에게 대출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무역업체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는 김경주 씨(35)는 “보금자리주택 1채를 짓기 위해선 1억5000만 원이 든다고 했는데 차라리 그 돈을 쪼개서 주택 마련을 위한 서민에게 낮은 금리로 대출해주는 편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주택 구입을 위한 기금 대출 외에도 월세나 전세보증금 등 소액을 마련할 때 국가가 쉽게 대출해줄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해달라는 주문이었다. 이에 박 실장은 “현재 전세자금은 연소득이 2000만 원 미만일 경우엔 연리 2%대로, 2000만 원에서 4000만 원 미만일 경우엔 4%대로 전세금을 지원하고 있다”며 “다양한 계층이 필요한 대출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여러 저금리 대출상품을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금융 혜택과 더불어 다세대 다가구주택을 정부가 직접 구입해 전세를 놓는 등의 실물 대책도 병행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 [채널A 영상] “집이 웬수”…늘어가는 ‘하우스 푸어’

○ “집값 더는 안 떨어져”

토론이 무르익자 모두가 궁금해 하는 주제가 던져졌다. 바로 ‘집을 언제 사야 하는가’라는 것이었다. 토론에 참석한 일부 패널은 “앞으로 부동산 가격이 계속 떨어질 것 같다”고 우려했지만 박 실장은 “우려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대답했다.

올가을 결혼하는 안소형 씨(33·여)는 “주택가격이 계속 떨어질 것 같아 집 사기가 꺼려진다”며 “앞으로 국내 주택시장이 어떻게 바뀔지 정부의 생각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박 실장은 일본 주택시장을 예로 들며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집값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알려진 일본도 부동산 거품이 꺼질 때를 제외하곤 물가상승률 수준으로 꾸준하게 올랐다”며 “다만 일본이 겪은 거품 붕괴로 인한 경제 침체를 피하기 위해 주택시장이 오랫동안 얼어붙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국토부의 정책이 힘을 얻기 위해선 국회에서 양도소득세 중과와 분양가상한제 등을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재의 주택 가격은 적정한가’에 대한 논의도 활발했다. 주택시장이 빙하기라곤 해도 아직 한 채에 수억 원을 넘나드는 주택 가격은 국민에게 여전히 부담스럽다는 게 패널들의 지적이었다. 하지만 멘토로 나선 박 실장의 의견은 온도차가 있었다.

박 실장은 “과거 30년 동안 집값이 많이 오른 것으로 보이겠지만 수치를 따져보면 물가상승률보다 조금 높은 수준으로 올랐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참석자들은 “물가가 지나치게 많이 오른 것이지 주택 가격이 결코 적게 오른 것은 아니다”라고 되받아쳤다. 중견 기업체에 근무하는 김남이 씨(33·여)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임금이 몇 년째 동결된 회사가 많고 주택가격이 물가상승률만큼 올라도 월급쟁이로서는 많이 오른 것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집값과 물가 두 가지를 동시에 붙잡아 달라”고 주문했다.

약 2시간에 걸친 포럼을 마무리하며 박 실장은 “책상에 앉아만 있었으면 몰랐을 시장의 다양한 요구를 알게 된 좋은 자리였다”며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해왔지만 아직 정책의 사각지대에 있는 국민이 참 많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 포럼 참석자 명단 (가나다순) ::

▽멘토

박상우 국토해양부 주택토지실장(51)

▽참석자

(연령·성별·결혼 여부·직장·주거 형태)

김경주 (35·남·미혼·SD상사 대리·전세)
김남이 (33·여·미혼·더피알 대리·자가-부모와 동거)
김상훈 (19·남·미혼·인하대 사회과학부·기숙사)
김성동 (43·남·미혼·사업가·자가 소유)
김승희 (32·여·미혼·현대건설 홍보팀 대리·전세)
김지혜 (26·여·기혼·주부·전세)
문인수 (38·남·기혼·킥복싱체육관 코치·전세)
민대원 (31·남·미혼·대우건설 홍보팀 대리·월세)
안소형 (33·여·미혼·닥터아파트 기업마케팅팀 대리· 결혼 앞두고 분가 준비 중)
이창해 (33·남·미혼·인포리더 과장·월세)
이형선 (19·남·미혼·인하대 사회과학부·월세)
임세정 (41·여·기혼·GS건설 홍보팀 차장·전세)
조민지 (24·여·미혼·대구과학대 유아교육학과·월세)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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