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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돈견(豚犬)

입력 | 2012-07-04 03:00:00

豚: 돼지 돈 犬: 개 견




돼지와 개라는 말로 어리석은 자식 혹은 자기 자식을 겸칭하여 쓰기도 한다. ‘돈자(豚子)’, ‘돈어(豚魚)’, ‘돈독(豚犢)’과 같은 말이며, ‘돈견지재(豚犬之才)’라고도 한다. 중국 고대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십팔사략(十八史略)의 ‘동한(東漢)’편에 나오는 말이다.

삼국시대 오나라 군주 손권(孫權)에게는 수군도독 주유(周瑜)와 그 휘하에 맹장 황개(黃蓋)가 있었다. 황개는 성품이 강인했지만, 병사들을 잘 보살피고 전략과 전술에도 뛰어난 장수였다. 208년 저 유명한 적벽대전에서 황개는 주유를 수행하여 조조 군과 싸우게 되었다. 당시 북방 출신인 조조의 군대는 북쪽 장강에서 등나무로 배들을 묶어 두고 있었다. 그러자 황개는 주유에게 화공(火攻)을 제안했다. 그러고는 공격용 쾌선과 전투함 열 척에 마른 풀과 마른 나무를 싣고 기름을 그 안에 부은 뒤 휘장을 씌웠다. 그러고 나서 위에 깃발을 세우고 재빨리 달릴 수 있는 작은 배를 준비하여 그 뒤쪽에 매었다. 황개는 먼저 조조에게 편지를 보내 거짓으로 항복하려고 했다. 그때 동남풍이 거세게 불었다. 황개는 배 열 척을 앞에 두고 강 중앙에서 나머지 배와 함께 나아갔다. 조조의 군대가 모두 말했다. “황개가 항복한다.”

조조의 군대로부터 2리쯤 떨어진 곳까지 오자 황개는 동시에 불을 놓았다. 불이 타오르고 바람이 강하여 배는 마치 화살처럼 나아가 조조 군의 배를 모두 불태웠다. 연기는 하늘을 가득 메웠으며, 병사와 말은 물에 빠지거나 불타 죽은 자가 매우 많았다. 오나라와 촉나라 연합군이 정예병을 인솔하여 우레같이 북을 치며 진격하자, 조조는 대패할 수밖에 없었다. 조조는 탄식하며 말했다.

“아들을 낳으면 마땅히 손중모(손권) 같아야 한다. 지난날 항복한 유경승(유표·劉表)의 아들 유종(劉琮)은 돼지 자식에 지나지 않았다. 生子當如孫仲謀,劉景升인子若豚犬耳.(삼국지 ‘오서(吳書)’ 오주전(吳主傳))” 조조가 손권을 부러워했던 것은 휘하에 이런 부하들을 두고 수성을 단단히 하는 군주였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