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성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기반연구본부장
전 세계 유인잠수정의 대표적 현황을 간략히 살펴보면, 일본의 ‘신카이6500’은 6526m까지 잠항을 기록한 바 있으며 1985년에 타이타닉호의 잔해를 찾아낸 미국의 잠수정 ‘앨빈’은 지금까지 5000회 이상, 최대 4500m까지의 기록을 갖고 있다. 심해생태계 및 광물 조사에 많은 업적을 남긴 프랑스의 6000m급 잠수정 ‘노틸’도 1500여 회의 잠항 기록을, 러시아의 ‘미르’는 같은 6000m급이지만 ‘20시간’이라는, 세계 잠수정 중 최장시간 잠항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렇듯 선진국들은 심해 탐사를 위한 장비 개발에 부단히 노력해왔다.
이 나라들은 무엇을 위해 막대한 경비를 투자하며 바닷속 깊은 곳까지 탐험하려 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지상에서 찾을 수 없는 무수히 많은 생물자원, 광물자원, 에너지자원 등이 바닷속에 끝없이 널려 있기 때문이다. 그 자원들의 이용 가치가 무궁무진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해미래’라는 무인잠수정이 한 척 있을 뿐 아직 300m, 500m 정도의 잠항이 가능한 유인잠수정은 단 한 척도 없다. 바다 위의 연구선에서 모니터로 바닷속 수천 m의 현황을 살펴보는 무인잠수정보다, 과학자나 탐험자가 직접 탑승해 심해를 눈으로 관찰할 수 있는 유인잠수정이 훨씬 효과적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연구자들은 타국의 장비를 활용할 수밖에 없는 게 우리가 처한 실정이다. 두 가지 잠수정을 모두 활용해 본 필자의 경험을 놓고 보더라도 유인잠수정이 바닷속 여러 상황을 입체적으로 더욱 세밀하게 살펴볼 수 있어 목적에 맞추어 탐사를 수행하는 데 훨씬 효율적이고 효과도 높다.
또한 높은 기압에서 안전하게 여러 연구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유인잠수정을 만드는 기술은 산업의 다방면에 시너지 효과를 불러 우리나라가 해양선진국으로 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기술로 자리 잡을 것이라 본다. 육상의 경쟁이 끝나고 전 세계가 바닷속 경쟁을 향해 모든 기술과 노력을 기울이는 오늘날, 무한한 해양자원 확보와 선진 산업화를 이루고 이를 통해 경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서둘러 유인잠수정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유인잠수정에 대한 요구는 높아만 간다. 지금의 노력이 없으면 원하는 미래도 다가올 수 없는 법이다. 머지않아 우리 손으로 제작한 유인잠수정을 타고 미지의 심해를 탐사하는 우리나라 해양과학자들의 모습을 만나길 소망한다.
김동성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기반연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