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배 시인은 2006년 화성시교육청 교육장을 끝으로 오랜 공직 생활을 마감했다. 시 ‘일몰’은 그즈음 헛헛한 마음을 시어로 옮긴 것이다. “나이 탓도 있겠지만 세상이 너무 황망하게 보였어요. 세상이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았고, 우리가 산다는 것이 풍화를 겪어나가는 것은 아닌가 싶었죠.”
짙은 황사 바람이 부는 헐벗은 대지에 낙타 한 마리. 가야 할 길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순한 눈에서 슬픔과 고독을 읽을 수 있다. “모든 인간의 삶이라는 것이 숱한 방황 속에서 희미한 자기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 같아요. 하지만 우리 발걸음은 헛놓이기 일쑤입니다.”
김 시인
이원 시인은 함기석 시인의 시집 ‘오렌지 기하학’(문학동네)을 추천했다. “심각하고 유희적이고 지독한 언어 발명가 함기석은 기어이 ‘시의 기하학’을 발명하기에 이르렀다. 20년을 꼬박 수학적 개념을 가지고 언어 발명을 해 온 그의 ‘뽈랑공원’에는 ‘비가 야옹 야옹’ 내린다.”
손택수 시인은 안도현 시인의 시집 ‘북항’(문학동네)을 추천하며 “안도현의 시는 공들여 쌓은 문법을 스스로 배신하는 자기 부정과 유희 정신이 만났을 때 어떻게 삶이 새롭게 환기되는지를 실감나게 보여준다. 끝없이 삶으로 귀환하는 유희의 극진함이 스스로 하나의 출렁이는 풍경이 되었다”고 평했다.
장석주 시인은 김경후 시인의 시집 ‘열두 겹의 자정’(문학동네)을 추천했다. “시인의 상상력은 지움과 지웠다는 기억 사이에서 발화하는데, 이때 상상력의 8할은 그믐의 어둠, 열두 겹 자정의 어둠이다. 시집을 덮고 나서도 자꾸 어둠과 핏물 젖은 악몽의 영상들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