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관 경남도지사가 3일 서울시청 부근의 한 음식점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조찬 회동을 했다. 김 지사가 요청한 만남으로, 대선 출마 및 지사직 사퇴를 선언한 뒤 첫 행보다. 김 지사의 수도권 공략 의지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김 지사는 퇴임식(6일) 때까지 서울에 머물며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열리는 미국 독립기념일 행사, 민주통합당 시도지사협의회, 불교계 인사 간담회 등에 참석할 예정이다. 3일 오후에는 자신의 새 외곽조직인 한국청년연맹 발족식에 참석했다.
이날 회동에서는 김 지사의 대선 출마와 관련한 덕담이 오갔다고 한다. 김 지사의 대변인 격으로 배석한 민주당 김재윤 의원에 따르면 박 시장은 “김 지사가 큰 결심을 했다. 지사직을 유지하면서 대선 출마는 불가능하다”고 격려했다. 문재인 상임고문이 김 지사의 지사직 사퇴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과는 대조된다.
박 시장은 “김 지사는 쉽지 않은 곳에서 도지사가 된 대단한 분”이라며 “이장에서부터 시작해 군수, 장관, 도지사를 지낸 과정과 경험이 대선에서 큰 밑거름이 될 것이다. 삶의 여정을 보면 김 지사는 뿌리가 있는 분이다. 그래서 더 감동적이다”라고 치켜세웠다.
김 지사는 “앞으로 서울시민이 될 것 같아 시장님께 신고하러 왔다”며 “지사직을 그만두면 경남과의 교류협력이 중단될까 봐 (계속할 것을) 요청 드리러 왔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8일 대선 출마 후 전국투어에 나서며, 8월경 마포에 거처를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은 “수도와 지방이 함께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차질이 없도록 뒷받침하겠다”고 화답했다.
박 시장 측은 이날 회동이 김 지사에 대한 지지로 비치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박 시장 측 관계자는 “김 지사의 출마 결심을 격려하는 자리였다. 박 시장이 특정 후보를 지지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지난해 10·26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선될 때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결정적 도움을 받았던 박 시장은 안 원장이 출마하면 지원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정치권에선 보고 있다. 하지만 일단 ‘민주당 대선후보’가 1차 목표인 김 지사는 안 원장이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당내 경선에서 같은 광역단체장으로서 친분을 쌓은 박 시장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