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는 침체된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올 초부터 상점과 식당 바의 영업시간을 자유화했다. 그러나 로마 중소기업기구의 반대가 거셌다. “대형 슈퍼마켓만 살판나게 해 준다”는 이유에서다. 3년간 로마에서 1만 개의 소규모 상점이 문을 닫았지만 슈퍼와의 경쟁 때문이라고만 하긴 어렵다. ‘규제가 편하다’는 이탈리아 사람들의 멘붕(멘털붕괴)도 큰 원인이다. 잠도 안 자고 일하란 말이냐, 소비주의는 해법이 될 수 없다, 밤중까지 문 열고 싶으면 박물관이나 열어라, 로마는 뉴욕이 아니다…. 동네가게들의 불평불만이 끝없이 이어졌다.
▷지난해 말 몬티는 정치와 상관없는 테크노크라트 출신이라는 점 덕분에 총리 자리에 올랐다. 내년 총선 표심에 구애되지 않고 연금과 세금 같은 재정 및 규제 개혁으로 고장 난 이탈리아 경제를 구출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부패한 정관계와 마피아 같은 업계는 지연-학연-혈연으로 연결돼 “경쟁 반대”를 외치고 있다. “경쟁만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깐깐한 교수 같은 몬티의 해법은 지지도가 떨어지는 추세다. 지금 이 나라에선 코미디언이자 블로거인 베페 그릴로가 이끄는 ‘오성(五星)운동당’이 제일 인기다. 우리로 치면 ‘나꼼수당’쯤 되는 셈이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