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레슬링의 운명 짊어진 내 넓은 어깨가 자랑스럽다”
《 “비인기 종목의 설움은 잊었다. 주목받지 않아도 좋다. 금메달이 보장된 ‘효자’ 종목은 더더욱 아니다. 하지만 올림픽에 모든 것을 걸었다. 나는 대한민국 최고인 ‘국가대표’니까!”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선 체조 양학선, 근대5종 이춘헌 정훤호, 2011년 아스타나-알마티 겨울 아시아경기에선 알파인스키 정동현 김선주 등이 본보 ‘나도야 간다’에서 만난 뒤 감격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에는 2012년 런던 올림픽이다. 묵묵히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비인기종목 선수들을 소개한다. 》
○ 레슬링은 내 운명
레슬링은 베이징 올림픽에서 노메달의 수모를 당했다. 2012 런던 올림픽은 그래서 더 절박하다. 여자 레슬링 사상 첫 메달을 노리는 김형주가 4일 태릉선수촌 필승관에서 훈련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 여자 레슬러로 산다는 것
김형주에게 여자 레슬링의 삶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비인기 종목의 설움에 사회의 곱지 않은 시선까지. 한때는 자신이 레슬링 선수라는 것을 숨긴 적도 있다. “프로 레슬링 선수 아니냐는 말을 들을 때 가슴이 아팠어요. 아무리 열심히 해도 호기심의 대상밖에 안 된다는 생각에 눈물도 많이 흘렸죠.”
하지만 그는 고참이 되면서 부끄러움보다 자부심이 더 크다고 했다. 레슬링 선수 특유의 부은 귀도 이제는 당당히 드러내고 거리를 활보한단다.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가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여기까지 왔어요. 이제는 저의 넓은 어깨와 근육질 몸매가 자랑스러워요.”
○ 나 그리고 후배들을 위해
김형주는 “나는 물론이거니와 여자 레슬링 전체를 위해서도 메달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 여자 레슬링의 첫 올림픽 메달을 따고 싶어요. 후배들이 희망을 갖고 여자 레슬링에 도전할 수 있도록 말이죠. 그래야 비인기 약세 종목이라는 꼬리표도 뗄 수 있겠죠.”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