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 바람이 시원하게 목덜미를 스치는 가운데 귓가에 흐르는 감미로운 선율. 탁 트인 노천극장에서 펼쳐지는 야외 오페라. 상상만으로도 황홀한 광경이지만 ‘복병’이 있다. 바로 ‘날씨’다.
8월 말 7300석 규모의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공연하는 오페라 ‘라 보엠’을 위해 공연기획사 ADL은 우천 대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나흘간 4회 공연이지만 일주일간 공연장을 빌려 뒀다. 비가 올 경우 하루씩 공연을 순연하기 위해서다. 미미 역의 안젤라 게오르규, 로돌포 역의 비토리오 그리골로 등 출연진에게는 우천으로 내한 기간이 길어질 경우 체류비용을 추가로 지급하기로 계약해뒀다. 공연 당일 오전부터 비가 올 경우 오후 3시에 공연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공연 시작 전 갑작스럽게 비가 올 경우를 대비해 개막 시간이 유동적일 수 있음을 예매 사이트에 공지했다. 공연 도중에 비가 올 경우 오케스트라의 악기가 젖기 때문에 즉시 공연을 중단하고 30분 이내에 재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다만 전 4막 중 2막 종료 이후에 공연이 취소되면 당일 공연 관람이 완료된 것으로 간주해 환불이나 관람 날짜 변경은 불가능하다. 이탈리아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의 기준에 따른 것이다. 기획사 측은 비로 인한 1회 공연 취소 때 10억을 보상해주는 조건으로 우천대비 보험을 들었으며, 관객을 위한 비옷도 준비할 예정이다. ADL 측은 “공연이 2회 정도 순연돼도 전체 진행에 차질이 없도록 대비했다”고 밝혔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