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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부부의 부조리한 욕망… 연극 ‘더 러버’ 주인공 송영창-이승비 씨

입력 | 2012-07-05 03:00:00


송영창(왼쪽),

연극열전 시즌4 세 번째 작품으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지난달 28일 공연을 시작한 연극 ‘더 러버’(오경택 연출)는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해럴드 핀터의 1962년 작. 국내에선 ‘티타임의 정사’라는 옛 공연명으로 알려져 있다.

권태기를 겪는 중산층 부부 리처드와 사라가 성적으로 진한 역할 놀이를 한다는 내용이어서 출연 배우들의 노출과 에로티시즘의 수위가 우선 관심거리다. 중견 배우 송영창 씨(54)와 2005년 동아연극상 신인연기상 수상 경력의 육감적 여배우 이승비 씨(36)가 부부로 호흡을 맞췄다. 3일 언론 공개 리허설 공연이 끝난 뒤 분장실을 찾았을 때 송 씨는 막 결승선을 통과한 장거리 주자처럼 가쁜 숨을 몰아 쉬고 있었다.

“노출이 예상보다 약하다”는 말에 그는 “(벗을) 각오를 단단히 했는데 (연출가와) 시각이 달랐다”며 웃었다. 2008년 결혼 이후 독일 드레스덴에서 살다 출연 요청을 받고 2년여 만에 귀국한 이 씨는 “연습 초기엔 에로티시즘에 방점을 두고 싶었던 송 선배와 ‘소통의 문제’에 초점을 두려는 연출가가 자주 부딪쳤다”고 귀띔하며 “개인적으로는 무대에서 직접적인 노출은 ‘좀 아니다’ 싶었는데 연출가가 성애 장면을 미장센으로 세련되게 표현해 만족스럽다”고 했다.

송 씨가 연출가와 갈등을 빚을 만큼 고집을 부린 것은 연극열전 측에 이 작품을 올리자고 설득한 것도, 사라 역에 이승비 씨를 추천한 것도 그였기 때문이다.

“20년 전 대학로에서 정운봉 양금석 씨가 출연한 ‘티타임의 정사’를 처음 봤을 때부터 언젠가 공연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당시 공연에 대한 느낌은 ‘밋밋하다’ ‘배우들이 더 섹시하면 좋겠다’는 거였죠. 20년 동안 머릿속에서 ‘내가 하면 이렇게 하겠다’는 구상이 섰는데 막상 해보니까 모든 게 쉽지 않네요.”

‘웃음의 대학’, ‘너와 함께라면’ 등 연극열전 히트작에 출연해온 그가 연극열전 측에 이 작품 공연을 처음 제안한 게 4년 전. 연극열전 측에선 ‘에로티시즘이 강하고 작품이 어렵다’는 이유로 망설였다. 송 씨는 연극열전 시즌3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서 여주인공 블랑쉬를 연기한 이 씨를 보고 ‘에너지가 넘쳐 사라 역에 적임자’로 내심 점찍어둘 정도로 이 작품에 애착이 강했다. 하지만 연극열전이 이를 무대화하기로 결정했을 때 이 씨는 이미 독일로 떠났고, 극 중 노출 장면 때문에 대체할 여배우도 찾지 못했다. 그러다 어렵게 연락이 닿은 이 씨가 흔쾌히 출연 결정을 하면서 공연이 겨우 성사됐다.

이 씨는 “작가가 중성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남녀의 심리를 정확하게 묘사해 소름이 돋았다. 결혼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는, 처절하게 소통하려는 여자의 모습에 공감해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송 씨에 대해 “연기 패턴이 너무 달라 처음엔 힘들었지만 점점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작품 출연을 위해 9kg을 감량하고 4개월간 봉고 연주를 배웠다는 송 씨는 “같이 공연하고 싶었던 배우와 무대에 서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8월 13일까지. 3만∼4만 원. 02-766-6007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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