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산 프로젝트 국제학술회의
다산 정약용(1762∼1836) 탄생 250주년을 맞아 국내외 학자 50여 명이 모여 다산의 사상을 21세기 세계적 맥락에서 조명하는 학술회의가 열린다. 다산 탄신 25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와 다산학술문화재단이 5∼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와 코리아나호텔에서 개최하는 ‘세계유산: 다산 프로젝트’ 국제학술회의다. 부제는 ‘문명 전환기에 다시 읽는 다산학’이다.
황 원장은 미리 배포한 발표문에서 “다산의 실학사상은 ‘사물(事)이 원리(理)에 앞선다’는 것을 일깨워준다”고 해석했다. 다산이 구체적이고 특수한 행위(事)를 완성한 뒤에야 추상적이고 보편적인 가치(理)를 체득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는 것. 황 원장은 “그렇지 않을 경우 ‘이(理)’는 권력을 장악한 소수 국가에 의해 통제되어 약소국을 억압하는 도구가 되기 쉽다”며 “다산의 명제는 21세기 글로벌화 시대의 국제 관계와 세계 질서에 새로운 시사점을 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산의 세계화’는 아직 걸음마도 못 뗀 수준이다. 도널드 베이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UBC) 교수의 발표문에 따르면 다산이 서양에 처음 소개된 것은 1957년 그레고리 헨더슨이 아시아학 저널에 발표한 논문 ‘정다산: 한국 지성사의 한 연구’를 통해서였다. 현재까지 다산의 철학에 관한 영어 단행본은 두 권에 불과하다. 베이커 교수는 “다산의 저술을 한문으로 읽을 수 있으면서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으로 번역할 수 있는 유창한 학자들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상홍 단국대 석좌교수는 “우리 학계는 1962년 다산 탄신 200주년에 아무 행사도 열지 않았지만 북한은 당시 과학원 철학연구소에서 ‘다산 정약용 탄생 200주년 기념논문집’을 출간한 것으로 보아 국책 과제로 다산 연구를 했다”며 “남북한 학자가 공동연구를 진행해 다산학을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앤더스 칼슨 영국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학(SOAS) 교수, 존 터커 미국 이스트캐롤라이나대 교수, 팡하오판(方浩範) 중국 옌볜대 교수,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 송재소 성균관대 명예교수, 정민 한양대 교수 등이 발표자로 나선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