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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놀자!]‘해를 품은 달’ 진짜 주연은 우주에 있다

입력 | 2012-07-05 03:00:00

■ ‘해와 달의 우주쇼’ 일식




얼마 전 인기리에 방송됐던 TV 드라마, ‘해를 품은 달’. 제목처럼 여주인공이 자신의 기억을 되찾는 장면의 전조로 일식(日蝕)이 등장했죠. 실제로 5월 21일 오전에 해와 달의 멋진 쇼가 펼쳐졌습니다. 동아일보 5월 22일자 A13면에 사진이 실려 있네요. 해를 품은 달이 어떻게 가능한지, 환상적인 우주 쇼에 숨은 비밀을 알아볼까요?

태양과 지구 사이에 달이 끼어들면…


우리 선조들은 일식을 하늘이 내리는 경고 중 하나로 생각했어요. 태양은 왕을 상징하는데 태양이 빛을 잃으면 왕이 본래의 빛을 잃는 것과 같다고 본 거죠. 그래서 일식이 있을 때 궁중에서는 근신하고 반성했습니다. 또 흉조가 재앙을 불러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제사를 지냈어요. 일식 예보에 실패한 천문관을 처벌하는 예도 있었죠.

일식은 왜 일어날까요? ‘식(蝕)’이란 어떤 천체가 다른 천체의 움직임에 의해 가려지는 천문현상을 말해요.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근본적인 원인은 태양과 지구와 달의 운동 때문이에요. 태양은 스스로 빛을 내는 항성이고, 지구는 그 주위를 돌며 태양의 빛과 열로 살아가는 행성 중 하나예요. 태양 주위를 1년에 한 바퀴씩 도는 공전을 하죠. 지구의 위성인 달은 지구를 약 29.5일, 음력으로 한 달에 한 바퀴씩 돌아요.

지구가 태양 주위를, 달이 지구 주위를 돌다 보면 태양 지구 달이 일직선이 되는 때가 있어요. 이때 일어나는 현상이 바로 ‘식’이에요. 태양과 지구 사이에 달이 끼여 있어서, 즉 태양-달-지구의 순서대로 일직선이 되면 달이 태양을 가립니다. 이 현상이 일식입니다. 일식은 그믐달일 때만 일어나요.

일식 중에도 달이 태양을 어느 정도 가리느냐에 따라 이름이 달라요. 태양이 전부 보이지 않으면 개기(皆旣)일식, 일부가 보이지 않으면 부분일식, 달이 태양 속에 쏙 들어가 태양의 가장자리 부분이 금가락지 모양으로 보이면 금환(金環)일식이라고 하죠.

태양과 지구와 달이 서로의 궤도를 돌다 보면 태양과 달 사이에 지구가 끼는, 즉 태양-지구-달의 순서대로 일직선상에 위치하는 상황이 일어납니다. 달이 지구의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 햇빛을 받지 못합니다. 그러면 달이 보이지 않게 되는데 이런 현상을 월식(月蝕)이라고 하죠.

월식은 보름달이 뜰 때만 일어나요. 달이 지구 그림자 중 어느 위치에 들어가는지에 따라 달 전부를 볼 수 없으면 개기월식, 달의 일부분만 볼 수 있으면 부분월식이라 불러요.

이렇게 작은 달이 저렇게 큰 태양을?


태양의 지름은 달의 지름보다 400배 정도 큽니다. 그런데 달이 어떻게 태양을 가릴 수 있을까요? 태양이 달보다 지구로부터 400배 정도 멀리 떨어져 있어서 달과 해의 겉보기 지름이 대략 0.5도로 비슷하게 되기 때문이에요.

일식과 월식이 일어났다고 항상 관측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 일식이 일어나는데 우리나라는 밤이었다거나 월식이 일어나는데 낮이었다면 볼 수 없죠. 그러니까 일식과 월식을 관측할 수 있으면 아주 특별한 행운이 되는 거예요.

우리나라에서 최근에 봤던 일식은 5월 21일에 있었어요. 서울을 기준으로 오전 6시 23분의 부분일식이었습니다. 2시간 25분 정도 관측할 수 있었죠. 지난달 4일에는 부분월식이 있었습니다.

또 지난달 6일에는 달이 아닌 금성이 벌이는 환상 쇼, 금성일식이 일어났어요. 지구-금성-태양이 일직선상에 놓여 금성이 검은 점 모양으로 태양 면을 통과하면서 일어난 현상이죠. 금성의 공전궤도면과 지구의 공전궤도면이 3.4도 정도 기울어져 있어서 금성일식은 이르면 8년, 늦으면 100년 이상 후에 일어납니다. 이번 금성일식은 8년 만인데 다음 금성일식은 105년 뒤인 2117년 12월에야 볼 수 있다고 해요.

일식과 월식이 언제 일어날지 궁금하면 한국천문연구원 홈페이지(http://astro.kasi.re.kr)에 들어가 보세요. 생활천문관→월력요항 코너에서 과거는 물론 미래의 일식 및 월식 기록을 알려 줍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 일식 때 태양을 직접 쳐다보면 안 돼요. 태양 표면의 약 95%가 가려지면 태양 빛은 줄어들지만 눈동자가 확장됩니다. 더 많은 빛을 받아들이므로 망막에 손상을 입을 수 있거든요. 그러니 일식을 관측할 때는 태양필터나 안전장비를 꼭 갖춰야 해요.

태양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절대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예요. 태양의 위치에 따라 낮과 밤이 나눠지고, 계절이 변화하고, 기상현상을 일어납니다. 또 태양의 빛과 열은 지구에서 사용하는 모든 에너지의 근원이 되는 에너지죠.

태양이 만들어준 인류
최초의 시계

사람들이 최초로 만든 시계도 태양을 이용한 해시계예요. 햇빛에 비친 그림자의 위치로 시간을 표시한 거죠. 자, 그럼 우리도 해시계를 만들어 볼까요?

▶ ‘해시계 만들기’ 그래픽 참조

눈금판 위에 표시된 숫자에 드리워진 삼각형의 그림자가 현재의 시간을 알려 주죠? 바로 해시계가 된 겁니다. 삼각형의 한쪽 각을 40도가 되도록 만드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위도가 북위 33∼43도(제주도 남단∼함경북도 북단)이기 때문이에요.

일식과 월식뿐 아니라 우주에서는 매 순간 환상적인 쇼가 펼쳐집니다. 우주의 신비를 직접 체험하고 싶다면 천문대에 가 보세요. 서울과학전시관 천문대, 경기 과천시 국립과천과학관 천문대와 양평의 중미산천문대, 강원 영월의 별마로 천문대, 대전 국립중앙과학관 천문대, 제주 별빛누리공원 천문대 등 여러 곳이 있어요.

광학망원경 태양망원경 전파망원경 등 다양한 관측 장비를 이용해 낮에는 태양을 보세요. 밤에는 태양계의 아름다운 행성과 우주의 보석상자 성단, 우주 구름인 성운, 그리고 별빛이 만들어 낸 신비한 별자리를 즐기세요. 우주의 탄생과 진화, 태양계의 행성, 우주로 향한 도전 등 다양한 내용을 관람하면서 교육도 받을 수 있어요. 별빛 쏟아지는 밤, 천문대에서 신비한 우주의 세계로 놀러가 보세요.

고희정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