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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으로 가자]폭력 학생들 ‘숲속 특별교육’

입력 | 2012-07-06 03:00:00

“숲에서 동료와 나무 심고 뛰어놀고… 내 얘기 들어주고 관심주니 좋아요”




4일 강원 홍천군 북방면 강원대 에코포리스트 센터에서 법원으로부터 대안교육 5일 처분을 받은 학교폭력 가해자인 중고교생들이 4인5각 경기를 하고 있다. 산림청은 “숲속 교육이 남에 대한 배려감과 협동심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홍천=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몸무게가 덜 나가는 철원이를 아예 안고 뛰는 게 어떨까?”

“홍천이, 화천이는 첫 구령에 왼발, 우리는 오른발을 뛰면 빠를 거야.”

“우리가 꼭 1등 해야 돼?, 즐겁게 뛰면 되지 뭐.”

4일 오후 3시 강원 홍천군 북방면 강원대 학술림. 산림청과 공동으로 6월부터 학교폭력 가해 학생의 심리치료를 위한 ‘숲 속 특별교육’이 진행됐다.

이날 학술림에 온 학생은 강원 원주 횡성 양주 강릉 속초 지역 중고교에서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돼 법원으로부터 5일간 대안교육을 명령받고, 춘천소년원에서 교육받고 있는 13명. 5일간의 교육 중 숲 속 체험이 하루 포함돼 이날 학술림을 찾았다.

오전에는 큰 그림 퍼즐게임을 통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발견하도록 했다. 또 강원대 에코포레스팀이 조성한 숲 속에서 맘에 드는 나무를 캔 뒤 각자의 화분에 심어 집으로 가져가는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숲 속에 있는 작은 나무를 화분에 심는 과정에서 흙과 자연의 소중함을 느끼게 됩니다.” 학술림 교육을 담당하는 최효정 교사(30·여)의 이야기다.

행사의 절정은 오후에 진행된 ‘4인5각’ 달리기 경기. 발목을 묶고 함께 달리는 이 경기는 ‘2인3각’이 흔하지만 동료와의 호흡, 공동체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기 위해 난도를 높여 4인5각 달리기로 정했다.

중학교 3학년인 A(16) 군은 이날 교육생 중에서 가장 막내. 상급생들의 ‘지시’를 받고 상습적으로 후배들의 금품을 빼앗아 법원으로부터 교육명령을 받았지만 얼굴은 천진난만해 보였다. 160cm의 키에 몸무게 48kg의 왜소한 체격이어서 함께 교육을 받으러 온 고등학생 형들에게 업혀서 게임에 참여했다.

“남들이 저를 좋게 생각해 주고 배려해 주는 경험은 오늘이 처음이에요.”

유일한 여학생인 B 양(16)은 어머니 조모 씨(47)와 함께 교육에 참가했다. 깔끔한 외모에 사소한 질문에도 얼굴이 발그레 물들 정도로 내성적이다. B 양은 화천의 모 중학교 설문조사에서 ‘학교폭력의 주범’으로 꼽혔다. 하지만 교육받으면서 친구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친구들에게 정말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교육을 마치면 저한테 맞은 친구들을 매일매일 안마해 주고 싶어요. 용서해 주겠죠?”

이 교육은 산림청이 강원대에 위탁해 11월 말까지 모두 41차례에 걸쳐 실시된다. 모두 1000여 명이 숲에서 진행하는 스포츠활동과 체험행사 등을 통해 ‘자연치유’를 경험하게 된다. 예산은 모두 산림청이 부담한다.

춘천소년원 임돈혁 대안학교 교사(49)는 “4인5각 게임, 숲 속 나무이름 알기 등으로 구성된 짧은 일정이지만 행사가 끝나면 모두 만족하고 있다”며 “소년원으로 되돌아가는 동안 대부분 차안에서 눈물을 흘린다”고 말했다.

최 교사는 “숲 속 교육의 핵심은 아이들의 선택과 자율성을 존중하는 것이다. 억지로 진행하지 않는다”며 “이날 하루만큼은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날”이라고 말했다.

고교 3학년인 C 군(19)은 “학교 다니는 동안 나의 이야기를 들어 준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눈에 띄고 싶어 말썽을 부렸다”며 “숲 속에서는 선생님들(4명)이 모두 내 이야기를 들어 줘 정말 좋다”고 말했다.

교육을 끝낸 뒤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14명 중 ‘학교에 다시 다니고 싶나요’라는 질문에 13명이 ‘그렇게 하고 싶다’고 대답했으며 1명은 ‘모르겠다’고 했다. 교육받은 느낌에 대해서는 14명 모두 ‘친구와 학교에서 마음으로 용서해 준다면 그들에게 정말 좋은 친구가 되고 싶다’고 답했다.

홍천=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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