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월 유조선 후베이 스피릿호에서 기름이 유출돼 태안 앞바다가 검은색으로 뒤덮였다. 당시 당국은 기름이 33시간 후 해안에 닿을 것으로 봤지만 실제로는 14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조류와 바람을 정확하게 예측해 대응했다면 6000억 원에 이르는 피해액의 20% 이상을 줄였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2003년에는 태풍 ‘매미’가 상륙해 경남 마산의 해변에 있던 지하 노래방이 침수되면서 8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선진국이라고 해서 재해를 피해 갈 수 없다. 하지만 미리 예측하고 대비해 피해를 최대한 줄인다는 점에서 후진국과 차이가 있다.
▷이 같은 피해는 해상의 조류 해류 바람 파고 수온 염도 등을 수백m∼수km 단위로 실시간 분석하고 72시간 치를 예측하는 해양과기원의 해양예측시스템을 활용할 경우 크게 줄일 수 있다. 해양연구원이 4일 해양과기원으로 확대 개편됐다. 이명박 정부 들어 해양수산부가 해체될 때 관련 업계 등에서는 “해양강국으로 가겠다면서 무슨 소리냐”며 불만이 많았다. 해양과기원의 출범으로 이들에게 조금은 위로가 됐을지 모르겠다.
허승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