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희 교수 제공
개벽사 상공도안부의 광고(개벽 1922년 6월호)를 보면, 디자이너가 고뇌 어린 표정으로 담배를 피우는 비주얼이 한눈에 들어온다. 모락모락 피어나는 담배 연기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몽글몽글 뭉쳐진 담배 연기 낱개에 ‘상’ ‘공’ ‘도’ ‘안’ ‘부’라는 글자가 들어 있다. 담배 연기는 “선량한 상품과 신용잇는(신용 있는) 상점은 광고 선전의 힘이 안이면(아니면) 판로를 확장하지 못합니다”라는 카피와, “여러분의 뜻과 가튼(같은) 광고의 문안(文案)과 도안(圖案)은 우리 개벽사 상공도안부에서 제공합니다 소용(所用)되시던(필요하시면) 통지(通知)하시오(알려주세요)”라는 카피를 양분한다.
도안이란 디자인의 옛말. 디자이너를 도안사라 했다. 왼손엔 담배를 오른손엔 펜을 들고 있는 삽화는 아이디어를 짜내느라 고심하는 디자이너의 열정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담배 연기로 보디카피를 둘로 나눠버리는 창작 솜씨도 맛깔스럽다. 일본의 혼다 소이치로(本田宗一郞) 회장은 디자인을 ‘눈으로 즐기는 교향곡’이라 했고, 우리 선조들도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속담을 남겼다. 눈으로 즐기는 재미가 쏠쏠한 이 광고는 우리나라의 디자인 역사를 쓸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하리라.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