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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희의 ‘광고 TALK’]K-디자인

입력 | 2012-07-06 03:00:00


김병희 교수 제공

디자인 경영이 대세다. 상품 서비스 조직에 디자인 개념을 적용해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인다는 것.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기업에서도 디자인에 브랜드의 사활이 걸려 있다고 보고 오래전부터 많은 투자를 해왔다. 기술에 인문학을 접목해 상품의 인간화를 지향하는 하이 디자인(high design) 개념을 제시했던 필립스의 사례는 벌써 고전이 아닐까. 디자인을 의뢰하라는 내용의 광고가 있어 흥미롭다.

개벽사 상공도안부의 광고(개벽 1922년 6월호)를 보면, 디자이너가 고뇌 어린 표정으로 담배를 피우는 비주얼이 한눈에 들어온다. 모락모락 피어나는 담배 연기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몽글몽글 뭉쳐진 담배 연기 낱개에 ‘상’ ‘공’ ‘도’ ‘안’ ‘부’라는 글자가 들어 있다. 담배 연기는 “선량한 상품과 신용잇는(신용 있는) 상점은 광고 선전의 힘이 안이면(아니면) 판로를 확장하지 못합니다”라는 카피와, “여러분의 뜻과 가튼(같은) 광고의 문안(文案)과 도안(圖案)은 우리 개벽사 상공도안부에서 제공합니다 소용(所用)되시던(필요하시면) 통지(通知)하시오(알려주세요)”라는 카피를 양분한다.

도안이란 디자인의 옛말. 디자이너를 도안사라 했다. 왼손엔 담배를 오른손엔 펜을 들고 있는 삽화는 아이디어를 짜내느라 고심하는 디자이너의 열정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담배 연기로 보디카피를 둘로 나눠버리는 창작 솜씨도 맛깔스럽다. 일본의 혼다 소이치로(本田宗一郞) 회장은 디자인을 ‘눈으로 즐기는 교향곡’이라 했고, 우리 선조들도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속담을 남겼다. 눈으로 즐기는 재미가 쏠쏠한 이 광고는 우리나라의 디자인 역사를 쓸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하리라.

우리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열쇠 가운데 하나는 디자인에 있지 않을까. 과거에 가격 대비 성능이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가격 대비 디자인이다. 대중문화에 K-팝 열풍이 있다면 ‘K-디자인’도 있을 수 있다. 디자인 한류도 얼마든지 가능할 터. 따라서 국가브랜드위원회에 버금갈 정도로 국가디자인위원회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어쩌면 디자인이 국격(國格)을 더 구체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K-디자인 열풍이 세계 곳곳에서 다홍치마처럼 펄럭이기를! 상공도안부 광고는 아주 작은 시작이었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