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사과 안한 ‘타진요’ 3명 법정구속

“타블로 학위 객관적 증거도 안 믿으면… 내가 나라는 것도 증명 못해”
“학력 관련 자료 공개에도 악의적 표현으로 명예훼손”… 반성한 6명은 집행유예

“객관적인 증거가 나왔는데도 무조건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의혹을 제기한다면 내가 나라는 사실조차 증명하는 게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서울중앙지법 형사14단독 곽윤경 판사)

6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526호 법정. 가수 타블로(본명 이선웅·사진)의 미국 스탠퍼드대 학력은 위조됐다는 의혹을 확산시켰던 인터넷 카페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회원 이모 씨(48)와 원모 씨(34)의 얼굴이 굳어졌다. 곽 판사는 이날 타블로 학력에 대한 허위사실을 퍼뜨린 혐의(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로 불구속 기소된 이 씨와 원 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오전 선고에 불참했던 또 다른 피고인 박모 씨(26·여)도 오후에 열린 재판에서 같은 형량으로 법정 구속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이 카페 회원 송모 씨(31) 등 6명에 대해서는 “늦게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 점을 고려했다”며 징역 8개월에서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 법정에서 웃으며 악수했지만…

이날 법정 구속된 이 씨는 법정에서 재판부의 선고를 기다리다가 옆 자리에 앉아 있던 다른 피고인에게 “1년 동안 재판 받으면서 서로 인사도 못했다”며 웃으며 악수를 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몇 분 뒤 재판부의 선고가 나오자 이 씨는 법원 경위에게 이끌려 구치소로 향했다. 이 씨와 악수를 나눈 타진요 회원은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법정을 떠났다. 두 사람의 형량을 가른 기준은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반성하고 사과하는지였다.

재판부는 이날 법정 구속한 이 씨 등 2명에 대해 “타블로가 일반적으로 자신의 학력을 증명하기 위해 내놓을 수 있는 공적·사적 자료를 모두 공개했는데도 믿지 않았다. 어떤 객관적인 증거도 믿지 않고 학력이 위조됐다는 것을 전제로 악의적 표현을 계속해 타블로와 가족의 명예까지 훼손했다”며 “증거도 위조됐다고 주장하는 등 사과와 반성을 하지 않아 실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 수사기관 확인에도 끝까지 의혹 제기

재판부는 이날 타블로가 스탠퍼드대를 졸업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밝히면서 그 같은 판단의 근거도 일일이 설명했다. 재판부는 “타블로의 학력을 뒷받침해 주는 한국과 미국의 공공기관 확인서 등 모든 자료가 조작됐거나 위조됐다고 볼 만한 근거가 없다”면서 “피고인들은 사실 확인이나 조사 없이 타진요에 올라온 학력 의혹 자료나 과장하고 부풀린 언론 보도 등을 모두 사실이라고 전제하고 의혹을 제기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서울 서초경찰서와 대검찰청 과학수사담당관 등 수사기관은 물론이고 법원까지 타블로의 학력과 국적 관련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엄청난 노동력을 투입했다. 스탠퍼드대는 물론이고 주한 캐나다대사관, 서울국제학교, 미국교육평가원(ETS) 등에 사실 조회를 요청해 관련 서류를 제출받고 사실 관계를 확인해야 했다.

그럼에도 이 씨와 원 씨는 타블로와 그 가족에 대한 악의적인 비방을 멈추지 않았다. 이들은 법정에서 객관적 증거가 제시된 뒤에도 “타블로가 서류상으론 스탠퍼드대에 입학해서 졸업한 것이 맞지만 사실은 가짜”라는 궤변을 내놓기도 했다. 타진요 운영자인 ID ‘왓비컴즈’ 김모 씨(59)는 미국에 있는 것으로만 추정될 뿐 소재 파악이 안 돼 기소가 중지된 상태다. 여전히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일부 누리꾼은 ‘타진요2’를 개설해 활동 중이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