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의 말과 행동은 항상 거침이 없었다. 그는 올해 1월 자신의 트위터에서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을 폭로한 고승덕 전 의원을 겨냥해 “한때 누구의 양아들이라 불리던 ‘고시남’이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을 최종 정리할 줄 몰랐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고 전 의원이 자신의 트위터에서 “(정두언) 선배님의 후원회장이 SD였다. 어이없다”고 반격하자, 정 의원은 즉각 “별 거지 같은 설명을 하고 있다”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이들의 설전에 등장하는 ‘누구’와 ‘SD’는 바로 이명박 대통령(MB)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었다. 정 의원은 SD 얘기만 나오면 감정을 추스르지 못할 정도로 두 사람은 상극이었다. 그런 두 사람이 나란히 구속 위기에 처한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정 의원은 2002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지지세가 약했던 이명박 후보의 비서실장을 지내며 MB의 최측근 자리를 꿰찼다. 2007년 대선후보 경선에서는 기획본부장으로, 대선 본선에서는 총괄기획팀장으로 MB캠프를 쥐락펴락했다.
일각에선 ‘권력투쟁에서 밀린 정 의원이 마치 희생양처럼 행동한다’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정 의원은 SD와 SD의 보좌관 출신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국정 농단 세력’으로 규정하고 끊임없이 비판하며 지난 4년간 MB정부의 ‘눈엣가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 때문에 정 의원은 박 전 차관이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으로 근무할 때 사찰까지 받는 수모를 당했다. 그렇게 권력의 곁불조차 쬐지 못한 정 의원이 ‘상왕정치’를 해온 SD와 함께 벼랑 끝으로 내몰린 것이다.
정 의원이 당내 쇄신파의 핵심이란 점에서 새누리당의 ‘손실’도 크다. 누구를 향해서든 거침없이 비판을 쏟아 내온 정 의원이 빠진다면 쇄신파도 힘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정 의원은 지난해 10월 한나라당의 재·보궐선거 패배 이후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당의 전면으로 끌어내는 데도 중심적 역할을 했다. 박 전 위원장의 비대위에는 쇄신파 의원들이 참여해 친박(친박근혜)계와 쇄신파 간 ‘동거정부’를 구성했다.
정 의원은 4·11총선에서 기적적으로 생환한 뒤 새로운 당권파가 되나 싶더니 대선후보 경선 룰을 두고 당헌·당규를 고수한 박 전 위원장을 공격하며 다시 비주류의 길을 택했다. 최근에는 대선 출마 선언을 앞둔 김태호 의원을 비롯해 남경필, 정병국 의원과 함께 ‘4인 회동’을 주도하며 올해 대선에서 또 한 번 역할을 하겠다고 별렀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