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본능/개드 사드 지음·김태훈 옮김/408쪽·2만2000원·더난출판사
맛이나 향이 같아도 형태나 색의 종류가 늘어나면 사람은 더 많이 먹는다. 이른바 ‘다양성 효과’다. 초콜릿 M&M의 색깔과 수를 늘리고 파스타의 모양을 다르게 하자 섭취량이 최대 77% 늘어났다. 잼의 종류를 6가지에서 24가지로 늘리자 시식대 앞에 멈추는 고객이 20% 증가했다.
캐나다 콩코르디아대 마케팅 교수이자 ‘사이콜로지 투데이’의 인기 블로거인 저자는 보편적인 소비 행태와 진화론적 본능이 어떻게 맞닿아 있는가를 연구하는 소비자진화심리학의 선구자로 꼽힌다. 이 책에서도 소비 본능의 진화적 기원을 추적하는 그의 주된 관심사를 담아냈다. 인간은 우수한 유전인자를 지닌 상대를 찾기 위한 본능과 생존의 욕구에 따라 소비에 전력한다. 저자는 상품과 서비스뿐만 아니라 짝과 가족, 여행이나 종교까지 현대인의 소비 대상으로 정의하며, ‘지갑을 여는 것은 손이나 머리가 아닌 DNA’라고 분석한다.
미국의 정치 풍자가이자 저술가인 P J 오루크는 “벤츠 380L 컨버터블엔 기계 장치가 많아 성적 흥분을 고조시킨다”고 말한 바 있다. 저자도 남성들이 비싼 차를 사려고 안달하는 현상에 번식의 본능이 숨어 있다고 해석한다. 두 명의 젊은 남성이 포르셰와 낡은 도요타 세단을 번갈아 모는 실험을 했다. 고급 스포츠카를 몰 때 남성의 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수치가 크게 올랐다. 고급차가 남성의 내분비 엔진을 가속시킨 것이다. 음악을 크게 틀고 창문을 내린 채 고급차로 도심을 맴도는 것은 공작의 꼬리 펼치기처럼 성적인 과시 행동이다. 위험한 스포츠에 목숨을 걸고 도박에 빠진 사람들에게서도 성호르몬의 수치가 높게 나타난다.
가십도 인간의 진화적 본능으로 분석할 수 있다. 개미의 페로몬, 늑대의 울부짖음처럼 사람의 대화는 생태적으로 관련 있는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수단이다. 친척들끼리 나누는 가십거리는 주로 유산이나 가족력이 있는 병이다. 근친도에 따라 유산이 분배되고, 질병이 유전될까 생리적 불안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송금한 기자 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