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소설 ‘그레이의 오십 가지 비밀’
2011년에 처음 출간됐던 이 소설은 올해 6월 문고판으로 재출간되며 다시금 인기몰이에 나섰다. 해리 포터보다 더 빠른 속도로 전 세계적으로 1000만 부 이상 팔리고, 저작권은 무려 37개국에 판매됐으며 전자책으로도 100만 부 이상 팔렸다. 이렇게 전 세계를 휩쓴 이 책의 장르는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에로틱 소설’이다.
이야기는 대학을 갓 졸업한 아나스타샤 스틸이 억만장자인 크리스천 그레이를 만나며 시작된다. 그레이는 스틸에게 ‘삶을 내게 맡기라’는 은밀한 계약을 제의한다. 이에 응한 스틸은 그레이와 관계를 맺어가면서 점차 그가 사디즘(상대에게 성적 고통을 줌으로써 만족하는 성적 취향) 등 왜곡된 성적 취향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된다. 하지만 어느새 그레이와 사랑에 빠진 아나스타샤는 그의 파트너가 되기 위해 사디즘과 마조히즘(상대로부터 육체적 고통을 받음으로써 만족하는 성적 취향)을 비롯한 괴상한 성적 취향에 맞춰 나가기로 결심하는데….
진부하다면 진부할 단순한 로맨스, 혹은 영국 언론에서 농담 삼아 부르듯이 ‘엄마들을 위한 포르노’인 이 소설이 이렇게까지 큰 반향을 일으키며 영국 출판계를 잠식한 비결은 무엇일까. 가디언지는 “이 책의 성공 비결은 중년 부인들이 가진 성에 대한 판타지를 여과 없이 그대로 표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음에도 대중적 인기는 식을 줄 모르는 이 책이 ‘에로틱 소설’의 붐을 가져다줄지 혹은 이번 한 번의 반짝 인기로 사라질지 영국 언론은 주목하고 있다.
런던=안주현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