蝸: 달팽이 와 角: 뿔 각 之: 어조사 지 爭: 다툴 쟁
“달팽이의 왼쪽 뿔에 있는 나라는 촉씨(觸氏)라 하고, 오른쪽 뿔에 있는 나라는 만씨(蠻氏)라고 했습니다. 때마침 ‘이들이’ 서로 영토를 놓고 싸워서 주검이 몇 만이나 되게 즐비했고 도망가는 군대를 쫓아갔다가 십오 일이 지난 뒤에야 돌아왔습니다(有國於蝸之左角者曰觸氏, 有國於蝸之右角者曰蠻氏, 時相與爭地而戰,伏尸數萬, 逐北旬有五日而後反).”
말도 안 된다는 혜왕의 말에 그는 천지 사방 위아래의 공간에 끝이 있느냐고 되물었다. 혜왕이 없다고 하자 그의 말은 이어진다. “무한한 공간에서 노닐게 할 줄 알면서, 이 유한한 땅을 돌이켜본다면 이 나라 따위는 있을까 말까 할 만큼 아주 하찮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고개를 끄덕이는 혜왕에게 대진인은 위나라나 제나라도 겨우 촉씨와 만씨처럼 별 볼일 없는 그런 미미한 존재에 불과하다고 쐐기를 박았다. 결국 전쟁은 없던 일로 되어 버렸다. 시인 백거이도 “달팽이 뿔 위에서 무엇 때문에 다투는가(蝸牛角上爭何事)-‘대주(對酒)’”라고 했듯이 하잘것없는 다툼을 버리고 대범하게 살아가는 것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