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덕 논설위원
그랬던 두 사람이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솔로몬과 미래저축은행에서 검은돈을 받았다니 정말이지 믿고 싶지 않다. 현직 대통령의 형으로는 처음으로 검찰에 소환되면서 SD는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국민은 억장이 무너진다.
그는 작년 말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도 “대통령 친인척이라는 이유로 온갖 억측과 비난을 받을 때는 가슴이 아팠지만 묵묵히 소임을 다하면서 올바른 몸가짐을 갖겠다”고 했다. 2008년 청와대 인적쇄신론이 거세게 일어났을 때도 “내가 인사에 간섭한다는 건 이명박(MB)을 모욕하는 얘기”라며 “집 앞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의 부탁을 들어주지 못해 가슴이 아프다”고까지 했다.
없는 사람 돈 갈라 먹은 ‘親서민’
국민은 SD가 부동산 매각대금과 축의금 7억 원을 장롱에 쟁여 놨다 여직원 계좌에 옮겨 경비로 쓸 만큼 ‘올바로 산 것’밖에는 아는 게 없다. 여태껏 여당과 청와대 인사부터 포스코 회장 인사, 포스텍의 부산저축은행 유상증자, 김학인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이사장의 공천헌금, 이국철 SLS그룹 회장의 금품 수수 등등 숱한 의혹이 나올 때마다 SD는 펄쩍 뛰었고 검찰도 제대로 밝혀내지 않았다.
마침내 드러난 수억 원은 서민 금융기관인 저축은행에 서민들이 맡겼을 피 같은 돈이 대부분일 터다. SD 덕분인지 솔로몬과 미래저축은행은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부실 저축은행들이 대거 퇴출당할 때도 살아남았다.
하지만 올 5월 두 저축은행이 철퇴를 맞기까지 내 돈은 우량은행에 잘 있겠지 안심했던 영세상인이나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이들, 평생 모은 전 재산을 모셔둔 노인들은 뒤늦게 가슴을 쳐야 했다. 권력에 보험 들기 잘했다며 두 사기꾼이 희희낙락했을 바로 그 무렵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자랑했던 MB는 완벽하게 발등을 찍혔다는 얘기다.
더 큰 비극은 아버지 같은 형님한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던 MB의 운명에 있는지 모른다. 정권 출범 전부터 ‘그분들’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SD를 떠나게 해야 한다고 목 놓아 외쳤는데도 MB는 끝내 외면했다.
“족벌주의 연고주의는 인간 본성”이라는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의 분석이 새삼 가슴을 친다. 그렇지 않고서야 측근비리와 부패가 정권 말마다 징그럽게 반복될 리 없다. 후쿠야마는 ‘정치질서의 기원’이라는 책에서 “위정자가 강한 정부, 법치, 책무성 대신 족벌과 연고를 국정 원리로 삼을 때 국가는 망한다”고 갈파했다.
어떤 대통령에게도 핏줄은 건드려선 안 될 역린(逆鱗)이었다. 이 때문인지 솔로몬의 임석 회장이 SD에게 건넨 3억 원에 대해 “선거(대선) 준비에 쓰라고 준 사실을 정두언도 알고 있었다”고 진술했다는데도, 검찰은 “대선자금 수사는 목표도 아니고 가능하지도 않다”며 청와대 눈치를 살피는 듯하다. 그러나 대통령의 혈육부터 법대로 심판받아야만 그 나라의 통합과 발전이 가능한 법이다.
“대선자금 철저 수사” MB가 말할 때
박근혜는 대통령 되면 동생 박지만 부부가 자칫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으니 해외로 내보냈으면 좋겠다. “(내 동생) 김두수는 이상득보다 더할 사람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는 김두관은 동생을 탄자니아든 어디든, 대사가 아닌 사인(私人)으로 내보내야 할 것이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