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감원-재벌닷컴 분석
수의계약은 거래 대상을 정할 때 여러 회사 간 경쟁을 통하지 않고 임의로 결정하는 방식이다. 계열사 간 수의계약 거래가 많다는 것은 곧 타사와 경쟁하지 않고 자사 계열사에 일감을 줬다는 의미로 볼 수 있으며 이는 계열사 간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로 이어질 소지가 높다.
9일 금융감독원과 재벌닷컴에 따르면 2011년 공기업을 제외한 자산규모 상위 10대 그룹이 계열사 간 체결한 거래계약 4987건 중 85.3%인 4254건이 수의계약으로 한 것이었다. 수의계약으로 발생한 매출액은 132조9793억 원으로 계열사 간 거래의 전체 매출인 152조7445억 원의 87.1%를 차지했다.
재계 2위인 현대자동차도 계열사 간 거래액 32조2290억 원 중 91.4%인 29조4706억 원의 사업을 수의계약을 통해 자사 계열사에 맡겼다. SK는 자사 계열사 거래액 중 90%, 롯데는 87.4%, 포스코는 86.0%를 각각 수의계약을 통해 거래했다.
일각에서는 재벌 계열사 간 수의계약은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 나아가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관행을 없애고 비계열사인 중소기업에도 기회가 돌아갈 수 있도록 대기업의 경쟁 입찰 자율선언과 정보 공개 강화를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의 조치는 강제성이 없어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크게 낮추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정책학과 교수는 “우리 현행법으로는 경영권이나 그룹 지배권의 승계 혹은 강화를 위한 부당 내부거래를 효율적으로 규제할 수 없다”며 “일감 몰아주기의 위법성을 판단할 근거를 만들고 이를 위반했을 때 과징금 부과 같은 방법보다는 좀 더 강력한 처벌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