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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눈/니콜라스 크리스토프]가난을 물리친 도넛

입력 | 2012-07-10 03:00:00


니컬러스 크리스토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만일 당신이 세계의 빈곤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방법을 알고 싶다면 남부 아프리카 말라위 마숨바 마을의 나소니 가족을 보면 된다. 앨프리드 나소니와 그의 아내 비티 로즈는 자녀 7명을 낳았으나 두 명은 의사의 진찰도 못 받고 사망했다. 큰아이는 한 학기에 5달러(약 5700원)의 학비를 내지 못해 초등학교 4학년 때 학업을 중단했다. 나소니 부부는 종자 살 돈도 부족해 가지고 있는 땅 9900m²(약 3000평) 중 일부만 씨를 뿌려 경작했다.

45세의 나소니는 자식들이 굶는 한이 있더라도 한 주에 평균 2달러는 술 마시는 데 탕진했다. 담뱃값도 한 주에 50센트씩 꼬박꼬박 지출한다. 말라위에 에이즈가 만연한다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는 한 주에 2달러 이상은 성(性)을 사는 데 썼다.

나소니의 사례는 가난의 고통은 낮은 소득뿐 아니라 자아파괴적 병리증상에서도 생기는 것을 보여준다. 최근 발간된 케냐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케냐 남성이 식량보다 술을 사는 데 월급을 더 많이 쏟아 붓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난에 절망한 사람들이 또다시 절망적인 방법으로 자기치료를 하려는 악순환이 계속됨을 보여준다.

이런 악순환에서 빠져나갈 구멍은 있을까. 2005년 로즈는 국제구호단체인 미국대외구제협회(CARE)의 지원을 받는 마을 저축회에 가입했다. 마을 단위의 저축과 융자사업인 저축회 프로젝트는 현재 58개국, 약 600만 명을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인들이 은행을 비난했지만 많은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은 은행을 비난하는 사치를 누려보지도 못했다. 세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인 가운데 은행 예금계좌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25억 명에 이른다.

마숨바 마을에서 로즈 등 20명의 저축회원이 매주 한 번씩 각자 10센트 상당의 물건을 맡기면 CARE는 일정 금액을 대출해주면서 자기 사업을 하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로즈는 2달러의 ‘사업자금’을 융자받아 지역 사람들 입맛에 맞는 개당 2센트짜리 도넛을 파는 사업을 시작했다. 로즈는 얼마 되지 않아 하루 수 달러의 매상을 올렸다. 그녀의 성공에 감명 받은 남편도 채소를 재배해 팔기 시작했다. 재산이 차곡차곡 쌓이는 것을 보자 나소니는 홍등가 발길을 끊고 술도 자제하기 시작했다.

나소니 가족은 가진 땅 전체에 뿌릴 종자와 비료를 구입해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기 시작했으며 추가로 7930m²(약 2400평)의 경작지를 빌리고 인부도 10명 고용했다. 과거에는 1년 농사로 수확하는 옥수수가 한 포대밖에 안됐지만 올해는 소달구지 7대를 채우고도 남을 정도라고 한다. 나소니의 성공에 영향을 받아 마숨바 마을에서 저축회 회원이 계속 늘고 있다. 저축회 모델은 CARE 측의 도움 없이도 국경을 넘어 이웃 모잠비크로 전파되고 있다.

이 모델을 통해 우리는 원조는 가난한 사람들이 스스로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 기대할 때만 성공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기대는 가난한 사람들을 더 근면하게 만들고 현명하게 투자하도록 이끌기 때문이다.

나소니 부부에게 희망은 어린아이들이다. 로즈는 학교 근처에 가본 적이 없지만 아이들은 대학에 보내려고 한다. 또 그녀는 자기가 사는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TV를 살 꿈에 부풀어 있다. TV가 사치품이어서가 아니라 투자를 위해서다. 중요한 축구경기가 있는 날 경기를 보러 오는 사람들에게 관람료를 받을 계획이다.

그녀는 단호히 말했다. “나는 이제 사업가예요. 어떤 것도 그냥 남에게 공짜로 줄 수는 없죠.”

니컬러스 크리스토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