會: 모일 회 稽: 머무를 계之: 어조사 지 恥: 부끄러울 치
‘치(恥)’자는 ‘치(치)’로도 쓰며, 가슴에 치욕을 품고 살아간 월왕 구천(句踐)이 스스로에게 다짐한 말로 원전은 “너는 회계산에서의 치욕을 잊었는가(女忘會稽之恥邪)”(사기 ‘월왕구천세가’ 편)이다. 먼저 월나라를 공격한 자는 오왕 합려(闔閭)였다. 그는 구천의 아버지 윤상(允常)이 세상을 떠나자 상사를 이용해 공격했으나 구천의 용병에 의해 오히려 전투에서 상처를 입고 죽게 돼 “월나라를 절대 잊지 말라”는 말을 남기고 아들 부차(夫差)에게 자리를 물려준다. 부차는 유언을 받들어 오자서(伍子胥)와 백비를 임용하고 섶 위에서 잠을 자는 ‘와신(臥薪)’ 끝에 회계산의 싸움에서 월나라를 쳐부수고 구천을 사로잡는다.
그런데 부차는 오자서가 “지금 때를 맞추어 그를 제거하지 않고 그냥 놓아둔다면 나중에는 더욱 처리하기 어렵지 않겠습니까? 더욱이 구천은 사람됨이 능히 곤란을 잘 견뎌내니 지금 그를 제거하지 않으면 후에 반드시 후회할 것입니다”(사기 ‘월왕구천세가’)라고 간언했지만 듣지 않고 구천을 사면했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지고 조국 월나라로 돌아간 구천은 상담(嘗膽), 즉 쓴 쓸개를 매달아놓고 핥아가면서 칼을 갈았다. 스스로 밭을 갈고, 부인은 길쌈을 하며, 음식으로는 고기를 먹지 않았으며, 홑옷만을 입었다. 자세를 낮추어 어진 이를 공경하고, 가난한 사람을 돕고 죽은 자를 애도하며 백성과 함께 수고를 같이하면서 민심을 얻었다.
처절한 복수가 이렇게 준비되고 있다는 것을 오자서는 알았지만 부차는 몰랐다. 치욕을 겪은 지 22년 만에 구천은 부차를 이기고 오나라를 평정하고는 제나라와 회맹하고 초나라, 송나라, 노나라와도 우호관계를 구축하면서 패왕(覇王)의 자리를 굳히게 된다. ‘상담(嘗膽)’이 ‘와신(臥薪)’을 이긴 것이다.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