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9일 월요일 맑음. 남자, 싱글 남자, 섹시한 싱글 남자. 트랙#17 슈퍼주니어 ‘걸리버’(2012년)
월초부터 두 건의 ‘도전’이 들어온다.
2PM 장우영이 솔로 앨범을 냈다. 타이틀이 ‘23, 메일(male·남성), 싱글(single)’이다. 슈퍼주니어가 6집을 냈다. 제목이 ‘섹시, 프리(free) 앤드 싱글’이다. 총 11명의 괜찮은 싱글 남성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싱글임’을 강조하고 나선 셈이다. 이래도 되나.
‘싱글 남자’라 함은, 미혼남이다. ‘나 싱글인데…’를 굳이 들먹이는 데는 ‘이 정도로 괜찮은 내가 심지어 혼자라고. 어때 섹시한가’의 정서적 뒷받침이 있을 터이다. 나도 ‘싱글 노트’를 쓰는 입장이다. 싱글 노트는 아시다시피 ‘미혼남이 쓰는 일기’, ‘단음(單音)’, ‘싱글(노래)을 소개하는 노트’ 등의 의미를 동시 내포한다. 그들에 관한 싱글 노트는 어떠한가.
슈퍼주니어도 비슷하다. 타이틀곡 ‘섹시, 프리 앤드 싱글’은 후렴구에서 9도, 11도 같은 긴장음을 넣어 중독적인 어구를 반복하는 이른바 ‘SJ(슈퍼주니어) 펑키’의 다른 곡들(‘미스터 심플’ ‘쏘리 쏘리’ 같은)에 비해 템포도 느리고 긴장감도 떨어진다. 타이틀곡 말고 다른 곡들이 더 귀에 감긴다.
11명의 싱글남들이 부른 곡들 중 가장 솔깃한 건 ‘걸리버’였다. 자신들을 거인이 된 걸리버에 비유한 독특한 ‘스왜거’(힙합 가사에서 과도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말들). ‘재깍 수그리고 들어와 바짝/난 빠글빠글 털북숭이래/아니 까끌까끌한 몽둥이래/꼬맹이들 까꿍 그건 다리털인데’, 뭐 이런 식. 템포를 변화시키는 막바지 반복구도 매력 있다.
이들이 가장 맘에 안 드는 점은 멀쩡하게 생긴 데다 춤도 잘 춘다는 거다. 질투, 음, 아니다. 싱글 남자라는 것 자체가 장우영, 슈주에게처럼 보편적 스왜거가 될 수 있는가. 내 경우에는, 음, 잘… 모르겠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