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세청, 상반기 105건 세무조사 4897억원 추징
최 씨는 회사 수익과 해운업을 정리하며 마련한 돈 1700억 원을 다시 스위스와 홍콩의 차명계좌에 숨겨놓았다. 그는 사망 직전 이 돈을 써버린 것처럼 위장한 뒤 자녀들에게 송금하는 방법으로 상속세를 탈루했다. 그의 상속인들은 이번에 상속세 등 1515억 원을 추징당했다.
최 씨처럼 해외 조세피난처를 통해 ‘역외탈세’를 시도한 혐의자들이 당국에 대거 적발됐다. 국세청은 10일 올해 상반기(1∼6월) 역외탈세 105건에 대해 세무조사를 거쳐 모두 4897억 원을 추징했다고 밝혔다. 역외탈세는 조세피난처를 통해 자금을 세탁하거나 도피시키는 지능적 탈세 수법으로 꼽힌다.
중견기업이 조세피난처에 설립한 법인에 투자를 한 뒤 현지 법인에서 다시 국내에 투자하는 형태의 탈세도 늘고 있다. 해외 현지법인이 국내 투자수익을 받아 해외계좌에 숨기는 방식이다.
국세청은 추가로 역외탈세 혐의가 있는 40개 업체에 대해 10일부터 세무조사를 시작했다. 국세청은 외국 과세당국과 교환한 조세 정보를 토대로 해외금융계좌 미신고자 가운데 역외탈세 혐의자를 골라 조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 대상에는 외국에서 연예 관련 용역을 제공하고 그 수익을 해외 계좌로 빼돌리거나 현금으로 받아 신고를 하지 않은 엔터테인먼트업체도 포함됐다.
또 국세청은 올 하반기(7∼12월) 사채, 학원사업자 등 불법 및 폭리로 서민과 영세기업에 피해를 주는 탈세자도 집중 조사하기로 했다. 국세청은 7월 말 스위스와 금융정보 교환에 관한 행정절차를 마치면 역외탈세 추적 범위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현동 국세청장은 9일 열린 지방 국세청 조사국장회의에서 “역외탈세와 반사회적 민생침해 탈세를 뿌리 뽑고, 대기업의 세무투명성을 제고하는 데 초점을 맞추라”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