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우리, 국민, 하나은행 등 6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35조2000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6조4000억 원(4.9%) 늘었다. 이 기간 증가한 대출금 잔액(9조9000억 원)의 64.4%를 차지하는 규모다.
자영업자 대출 증가세는 다른 가계대출 및 기업대출과 비교해도 두드러진다. 지난해 말부터 지난달까지 가계대출 증가율(0.7%)과 기업대출 증가율(1.9%)은 모두 자영업자 대출 증가율(4.9%)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또 은행들이 경기 침체와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억제 조치에 따라 자영업자 대출에 집중한 것도 또 다른 요인이다. 은행권은 예금은 넘쳐나는데 이를 대출해 줄 대상이 마땅치 않다고 말한다. 실제로 6개 시중은행의 예·적금 수신액은 올 들어 6월까지 33조 원 늘었지만 가계대출 및 기업대출 증가액은 각각 2조4000억 원과 1조9000억 원에 그치고 있다.
문제는 골목상권에서 자영업자들이 과당경쟁을 벌여 대거 폐업에 내몰리면 가계대출처럼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5월 말 현재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1.17%로 지난해 12월(0.8%)에 비해 크게 올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집값 하락이 본격화되면서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억제하고 있는 데다 유럽 재정위기로 기업들의 설비투자도 한풀 꺾였다”면서 “반면에 베이비부머의 자영업 창업은 늘고 있어 은행이 이를 외면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5월 예금취급기관의 전년 동기 대비 가계대출 잔액 증가율은 5.5%로 조사됐다. 대출 증가율은 2011년 8월(8.8%)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해 4월에 처음으로 5.9%로 내려앉았다. 5월에도 계속 5%대를 이어가면서 2003년 이후 9년 만에 가장 낮아진 것이다.
5월 현재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2조2000억 원 늘어난 456조7000억 원이었고 상호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은 4월보다 1조 원 늘어난 186조1000억 원이었다. 지역별 가계대출 잔액은 수도권이 1조4000억 원 늘어난 413조5000억 원, 비수도권은 1조8000억 원 증가한 229조2000억 원으로 조사됐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