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의 건강은 국가의 중대 사안이었다. 건강을 지키려면 섭생이 으뜸인지라 ‘승정원일기’는 왕의 식성과 식사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기록을 남겼다. 11일 열리는 ‘인문학자가 차린 조선왕실의 식탁’이란 주제의 한국학중앙연구원 심포지엄에선 영조의 식습관을 비롯한 궁중의 음식문화에 대한 내용들을 다루었다. 경인교대 김호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날이면 날마다 수라상에 산해진미가 오를지라도 왕들은 어려서부터 과식을 멀리하는 절제의 미덕을 몸에 익혀야 했다. 온실 속 화초처럼 살아왔기에 평민과 달리 체질이 강하지 못해서 먹는 데 집착했다가는 병을 부르기 쉬웠다.
▷왕실뿐 아니라 사대부들도 소식(小食)을 강조했다. 조선 중기 학자인 소재 노수신은 “많이 먹지 말고, 아무 때나 먹지 말고, 배고픈 후에 먹어야 하며, 먹을 때 배부르게 먹어서는 안 된다”는 글을 남겼다. 동래부사와 수군절도사를 지낸 이창정은 광해군 12년에 펴낸 책에서 “한평생 음식을 대할 때 그 반만 먹고 늘 ‘부족하구나’ 하는 마음이 들도록 먹어야 한다”며 식사의 절제를 강조했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 바로잡습니다 ▼
11일자 A30면 ‘임금의 장수 밥상’ 중 ‘소재 노수진’은 ‘소재 노수신’이기에 바로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