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강해진 ‘선거의 여왕’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을 노리는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여야 경쟁자들보다 멀찍이 앞서 대선 레이스의 출발선에 섰다. 치열한 당내 경선을 치러야 했던 5년 전과 달리 박 전 위원장의 눈은 이미 본선을 향해 있다.
박 전 위원장은 5년 동안 더욱 강해져 ‘대선판’에 돌아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7년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여 왔고, 지난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등장으로 대세론이 흔들리기도 했지만 여전히 지지율 1위의 단단한 지지 기반을 유지하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은 그동안 이명박 정부와 거리를 두면서 비공개로 각계 전문가들을 두루 만나고 주요 국가 현안과 정책에 대해 ‘개인 수업’을 받으며 착실히 대선을 준비해 왔다.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하면 대중성뿐만 아니라 콘텐츠에서도 경쟁 후보들을 압도하며 ‘준비된 대통령 후보’의 면모를 보여줄 것으로 박근혜 진영은 자신한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산업화 신화, 비명에 간 부모와 자신도 테러를 당한 데 대해 지지층이 느끼는 애틋함, 20대에 퍼스트레이디를 하면서 받은 ‘조기교육’과 그에 따른 정치적 내공, 어려운 선거를 승리로 이끈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명 등 정치적 ‘스토리’도 풍부하다. ‘DNA에 새겨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 애국심과 안보관, 부정과 불법을 용납하지 않는 원칙 등도 장점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오랫동안 유력 대선주자로 계속 노출되면서 식상함과 피로감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4·11총선 승리에도 불구하고 20, 30대 청년층과 수도권 민심은 여전히 박 전 위원장에게 차갑다. 폐쇄적이고 진지함이 지나쳐 ‘올드’하다는 평가를 받는 정치적 스타일이 가볍고 발랄함을 선호하는 젊은층의 마음을 잡지 못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대선전이 시작되면 야당 후보들의 집중 공세의 표적이 돼 어려운 싸움을 해야 한다. 당내 경선이 형식적인 추대 행사가 돼 버릴 경우 사당(私黨)화 논란과 불통의 이미지도 더욱 강해질 우려가 있다. 자신을 ‘유신 공주’라고 비판하는 야권에 맞서 5·16, 독재, 인권탄압 등 아버지의 부정적인 정치적 유산을 극복하는 것도 박 전 위원장의 과제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