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근 교육복지부장
세 학생의 소식이 궁금했다. 여름방학을 맞아 해외로 연수나 여행을 떠나는 젊은이들의 모습에서 말이다. 김태경 정민주 황설화 씨는 동아일보 작년 9월 15일자 A8면의 내러티브 리포트에 소개됐다. ‘학점보다 비전…동서대 해외연수 프로그램 도전 성공한 3인방의 열정’이라는 제목이었다. 학교에 물었더니 이들의 생각을 수기 형식으로 보내왔다.
기회 생기자 자신감 충만해져
‘막상 도착하고 나서는 많은 충격에 휩싸여 있었다. 한국에서는 웬만해서는 볼 수 없는 지평선이 계속 펼쳐져 있었다. 고속도로에 현대와 기아의 자동차가 있는 것마저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렇게 마냥 신기하고 신선했다.’(정민주)
‘저에게는 흑인 노숙자들은 나태하고 더럽고 폭력적일 것이라는 편견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교회에서 함께 예배를 드리고 저희가 준비한 식사를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먹는 그들을 보면서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황설화)
학생들은 해외연수의 가장 큰 수확으로 자신감을 꼽았다. 처음에는 미국에서 공부할 기회가 오리라고 생각하지 못했었다고 했다. 성적이 낮아서, 경제적 사정이 넉넉지 않아서, 국제구호활동의 꿈이 간절함에도. 학점보다 인성과 비전을 중시한 선발방식 덕분에 3명은 미국행 비행기를 탔고, 스스로를 꽉 채워 9개월 뒤 돌아왔다.
필자는 동서대의 사례에서 기회를 주는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확인했다. 경쟁이 불가피한 현실에서 사다리를 오를 가능성조차 없을 때, 당사자가 가질 좌절감과 패배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가 초등학교를 다닐 때, 아버지가 어머니를 상습적으로 때렸다. 가정폭력 피해자인 어머니는 아들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부모의 따뜻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청소년기를 맞았지만 뒤늦게라도 학교와 교육원의 배려로 상처를 치유할 기회가 생겼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찾아갔을 때 어느 학생이 말했다고 한다. “여기 교육원에서 제일 좋았던 게 사람 취급을 해준다는 거였어요. 학교에선 제가 수업시간에 잠을 자도, 밖에 나가도 욕이라도 해주는 선생님조차 없었거든요.” 교사들은 이런 마음을 잘 읽고 있었다. 존중받는다고 느끼게 하려고 교육원 입소 첫날, 분장하고 춤을 추며 학생들을 환영했던 이유다.
배려와 관심으로 상처 치유
노무현 정부 시절에 국정브리핑 특별기획팀이 펴낸 ‘대한민국 교육 40년’은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 위한 대학과 정부의 노력이 하염없이 부족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과학기술정책을 담은 책 ‘인재대국’은 모두의 꿈을 키우는 맞춤형 교육복지가 보다 섬세하고 포괄적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상근 교육복지부장 song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