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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이자스민은 우리 의원 아니야” 국회 난입한 제노포비아

입력 | 2012-07-12 03:00:00


11일 오전 10시 15분경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이 주최한 ‘다문화 정책의 주요 쟁점 및 입법과제’ 토론회가 막 시작될 무렵이었다. 와이셔츠 차림의 한 40대 남성이 단상에 뛰어올랐다. 모두가 어리둥절할 때 이 남성이 소리치기 시작했다.

“정책토론회인데 반대 토론자가 왜 없어? 피고 없이 원고만으로 재판을 할 수 있어? 다문화 정책은 민족말살 정책이야!”

행사 관계자들이 제지하려 하자 그는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너희 같은 반역자들 때문에 이 나라가 어렵다. 살색이 왜 인종 차별적 표현이야? 이자스민은 국회의원이 아니야. 우리는 이자스민한테 투표한 적이 없어. 지금도 외국인 범죄로 수십 명씩 죽고 있어.”

10여 분 만에 행사장 밖으로 밀려 나간 이 남성은 한동안 계속 소란을 피웠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국제적 개방과 다양성으로 인해 우리나라에 와서 살고 싶어 하는 외국인이 많이 늘고 있다”며 축사를 하자 이 남성과 함께 행사장을 찾은 듯한 몇몇 사람이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이날 소란을 피운 이들은 외국인노동자대책범국민연대와 외국인범죄척결연대 등의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단체 회원이 헌정 사상 첫 이주민 출신 국회의원인 이 의원의 행사를 고의적으로 방해한 것이다. 이날 토론회는 이 의원이 국회의원으로서 주최한 첫 행사였다. 4·11총선 직후에도 사이버 공간에서 이 의원을 향한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증) 공격이 진행됐다. 당시 이 의원은 ‘매매혼으로 팔려온 ×’, ‘불법체류자가 판을 치게 됐다’는 등의 각종 인신공격을 받았다.

이 의원은 인사말에서 “아침부터 시끄럽게 해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세미나에 참석한 여러분께 질문을 드린다. 다문화사회를 이루는 일이 정말 어려운 건지…”라고 반문한 뒤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면 우리 고민보다 더 쉽게 (다문화사회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마침 이날 토론회의 주제는 결혼이주여성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끌어안고,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교육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였다. 이 자리에서의 예기치 못한 소란은 오히려 다문화 정책 토론회가 왜 필요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줬다.

김지은 인턴기자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