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10시 15분경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이 주최한 ‘다문화 정책의 주요 쟁점 및 입법과제’ 토론회가 막 시작될 무렵이었다. 와이셔츠 차림의 한 40대 남성이 단상에 뛰어올랐다. 모두가 어리둥절할 때 이 남성이 소리치기 시작했다.
“정책토론회인데 반대 토론자가 왜 없어? 피고 없이 원고만으로 재판을 할 수 있어? 다문화 정책은 민족말살 정책이야!”
행사 관계자들이 제지하려 하자 그는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너희 같은 반역자들 때문에 이 나라가 어렵다. 살색이 왜 인종 차별적 표현이야? 이자스민은 국회의원이 아니야. 우리는 이자스민한테 투표한 적이 없어. 지금도 외국인 범죄로 수십 명씩 죽고 있어.”
이날 소란을 피운 이들은 외국인노동자대책범국민연대와 외국인범죄척결연대 등의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단체 회원이 헌정 사상 첫 이주민 출신 국회의원인 이 의원의 행사를 고의적으로 방해한 것이다. 이날 토론회는 이 의원이 국회의원으로서 주최한 첫 행사였다. 4·11총선 직후에도 사이버 공간에서 이 의원을 향한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증) 공격이 진행됐다. 당시 이 의원은 ‘매매혼으로 팔려온 ×’, ‘불법체류자가 판을 치게 됐다’는 등의 각종 인신공격을 받았다.
이 의원은 인사말에서 “아침부터 시끄럽게 해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세미나에 참석한 여러분께 질문을 드린다. 다문화사회를 이루는 일이 정말 어려운 건지…”라고 반문한 뒤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면 우리 고민보다 더 쉽게 (다문화사회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마침 이날 토론회의 주제는 결혼이주여성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끌어안고,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교육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였다. 이 자리에서의 예기치 못한 소란은 오히려 다문화 정책 토론회가 왜 필요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줬다.
김지은 인턴기자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