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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 포인트]‘로비 선수’들에 시달리는 진천선수촌 설계사 선정

입력 | 2012-07-12 03:00:00


대한체육회 산하의 한 경기단체 간부 A 씨는 최근 건축 설계회사들의 로비 전화에 시달렸다. 충북 진천선수촌 2단계 건립 사업의 설계회사 선정에 힘을 보태 달라는 부탁이었다. A 씨는 철저하게 비공개로 관리돼야 할 체육계 투표인단 50명 중 한 명이다. 하지만 그는 현재 공모에 참가한 건축 설계회사 5곳 중 4곳에서 ‘도와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투표인단 구성 방법이 알려지면서 전방위 로비가 펼쳐지고 있는 것.

진천선수촌의 2단계 건립 사업이 첫 삽을 뜨기도 전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이번 사업은 163만5891m²의 터에 용지 매입비 약 102억 원, 공사비 약 2919억 원, 부대시설비 약 285억 원 등 사업비만 3306억 원에 이른다. 공모에서 선정된 설계회사는 기본설계와 인허가 과정에서 발생하는 약 60억 원의 예산을 사용할 수 있다.

대한체육회는 전문평가위원 7명, 체육계 평가단 50명의 의견을 반반씩 반영해 선정할 계획이었다. 체육계 평가단은 산하 25개 경기단체에서 간부 1명과 메달리스트 1명 등 2명씩을 추천받아 투표인단을 구성했다. 전문평가위원 명단은 공개됐지만 체육계 투표인단과 구성 방법은 공정한 선정을 위해 비공개로 했다. 2일 진천선수촌에서 5개 건축 설계회사가 프레젠테이션을 한 뒤 투표로 의견을 모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공정한 투표가 진행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평가단 구성 방법이 알려지면서 업체들이 이들을 집중 공략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체육회는 진천선수촌 설계회사 선정에 로비는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진천선수촌 2단계 공사 TF팀 주용범 팀장은 “평가단이 공개돼 로비가 펼쳐지고 있다는 건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본보 취재 결과 이미 투표인단 중 다수가 설계회사들로부터 부탁 전화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로비스트가 직접 찾아왔다는 B 씨는 “투표인단 명단이 유출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국가체육의 백년대계를 위한 사업을 이처럼 허술하게 추진해서 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스포츠의 생명은 페어플레이(공정한 경쟁)다. 스포츠사업에도 ‘꼼수’가 통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