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 윤 씨에게 뇌물을 받은 한수원 간부 등 22명이 원전 납품 비리와 관련해 22억여 원을 챙겨 구속됐다. 원자력발전소를 책임 관리하는 공공기관이 돈에 눈멀어 안전이 의심스러운 ‘짝퉁 부품’을 납품받았다. 동료가 수사 도중 자살했는데도 뇌물은 계속됐고, 올해 2월 9일 고리원전 1호기에 전원 공급이 끊겼을 때 현장에 있던 100명의 직원들은 침묵했다. 영화라면 좀비(살아 있는 시체)들이 즐비한 공포스릴러가 아닐 수 없다. 공포영화에선 외부에서 등장한 인물이 좀비 퇴치에 나선다. 하지만 한수원은 감사부터 ‘낙하산’이어서 불가능했다.
▷공공기관 감사는 기관장보다는 책임이 덜하고, 여론의 감시는 약한 반면 대우는 깍듯해 보은인사 자리로 각광받았다. 공공기관 감사 중 정치인 출신이 김영삼 정부 24%, 김대중 정부 32%에서 노 정부에선 40%를 넘어섰다. ‘공공개혁’을 주장한 이명박 정부 역시 덜하지 않았다. 2009년 52개 주요 공공기관 감사 중 공석 2곳을 제외하고 62%가 여권과 대선 캠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신이었다. 이 대통령이 2010년 광복절 때 ‘공정한 사회’를 선포한 뒤 좀 줄었다 해도 60%는 낙하산이라는 공식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