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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놀자!]나와 조금 다르다고 ‘차별’하지 않나요?

입력 | 2012-07-12 03:00:00

■ 관악고-서울고 특별한 NIE




서울 영등포구 관악고의 신문활용교육(NIE) 시간. 일반학급과 특수학급 학생이 함께 참여하는 통합교육이라는 점이 다른 학교와 다르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장애인과 비장애인. 남한 학생과 탈북 학생. 살아 온 환경은 모두 다르다. 생활 방식과 가치관 역시 마찬가지. 하지만 함께 어울리면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진다. 그만큼 행복해진다. 서울 영등포구 관악고와 서초구 서울고 학생들이 신문활용교육(NIE)을 통해 느낀 점이다.

관악고에서는 일반학급과 특수학급 학생들이 같은 교실에서 수업을 받았다. 신문을 함께 만들면서 장애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했다. 서울고에서는 남북한에서 태어난 학생들이 토론 워크숍을 열고 이를 잡지로 만들었다.

○ 같이 한다는 사실 자체가 자극

관악고의 NIE 시간은 매주 월요일 오후 4시에 열린다. 방과후수업 형식이다. 다른 학교와 달리 일반학생과 특수학급 학생이 함께 참여하는 통합교육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참가자 15명 가운데 5명이 특수학급 출신.

이들은 지난달 18일에는 3개 모둠으로 나눠서 ‘학교 안의 직업’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뷰를 했다. 1학년 김민주 양과 박지원 양은 지체장애인인 같은 학년 한슬기 양(가명)과 학교 안 매점 주인을 만났다. 한 양은 부끄럼을 많이 타서 질문을 하지 않았지만 친구들의 질문과 매점 주인의 답변을 수첩에 꼼꼼히 적었다. 다른 학생들은 영양사와 과학실 보조교사에게서 이야기를 들었다.

한 양은 “(함께 수업을 들으니까) 일반학급 친구들과 더 친해지는 것 같다. 신문을 보면서 사회가 돌아가는 얘기도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김 양도 “이전까지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 짓곤 했는데 함께 수업하면서 다른 여고생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느꼈다”며 “조금 다르거나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차별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수업은 ‘직업과 진로’가 주제였다. ‘같이의 가치’라는 제호의 제2호 신문을 만들기 위한 준비 과정이었다. 이 신문은 5월 처음 나왔다. 4쪽 분량으로 ‘장애’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2학년 백지연 양은 학교 곳곳에 설치된 경사로와 계단 손잡이 등 장애학생 편의시설을 사진과 함께 소개했다. 같은 학년 류혜영 양은 김대중 대통령, 가수 전제덕 씨, 영화배우 톰 크루즈, 천재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모두 크고 작은 장애가 있었다는 기사를 실었다. 1학년 유선아 양은 ‘맨발의 기봉이’ ‘말아톤’ 등 장애인이 등장하는 영화를 소개하며 장애가 우리 주변에 숨어 있는 ‘다름’이라고 정의했다.

신문 제작에 참여한 특수학급 3학년 이규성 군(가명)은 제과제빵학교에 다니며 직업교육을 받는 기사를 썼다. 특수학급 1학년 배주혜 양은 미술시간과 체육시간에 친구들과 함께 활동한 얘기를 짧은 시로 썼다. 이 군은 “신문으로 수업하면 아는 내용도, 모르는 내용도 있다”면서도 “3, 4월에 신문을 만들 때 힘들긴 했지만 직접 만들어 보니 뿌듯했다”며 밝게 웃었다.

특수학급을 지도하면서 NIE 수업을 이끄는 김병련 교사는 “대부분의 학교에서 특수학급 학생들은 일반학급 학생들과 함께 수업받기가 어렵다. 서로를 한 모둠으로 묶어 도움을 주고받도록 지도한다”고 설명했다.

○ 북한과 다문화에 대한 이해까지 확장


서울 서초구 서울고에서 열린 ‘제1차 남북 청소년 상호 이해를 위한 워크숍’. 남북한 학생들은 2월 워크숍에서 만난 뒤 토론한 결과를 잡지(오른쪽)로 만들었다. 서울고 제공

서울고 NIE에 참여한 학생들은 신문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이를 참고해 잡지까지 만들었다. 학교에서는 ‘자기주도적 NIE’라고 표현한다.

서울고는 2월 초에 ‘제1차 남북청소년 상호 이해를 위한 워크숍’을 열었다. 학생들은 신문과 뮤지컬 ‘요덕 스토리’를 통해 북한에 대한 관심이 많은 상태였다. 서울고 학생 11명과 한겨레고의 탈북 학생 12명이 3시간 넘게 토론을 했다. 한국의 입시제도에 대한 고민, 장래희망, 언어 차이, 여가활동에 대한 의견도 나눴다.

학생들은 이날 주고받은 얘기를 정리하기로 했다. 더 많은 학생과 공유하기 위해서다. 결과물은 최근 ‘남북학생 마주보기’라는 잡지로 냈다. 청소년으로서 각자의 고민은 물론 △대담 녹취록 △다문화·한류 등에 대한 서울고 및 한겨레고 학생의 답글 △탈북자 인권보호와 새터민에 대한 짧은 논문을 실었다.

편집장으로 저널 발간을 맡은 서울고 3학년 명재연 군은 “NIE 교육을 따로 받은 적은 없지만 대부분이 신문을 읽으면서 북한 출신 학생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됐다. 워크숍을 준비하고 북한에 대해 공부할 때도 신문 기사가 가장 좋은 자료가 됐다”고 설명했다. 한겨레고 3학년인 나준혁 군(가명)도 “저널 제작에 도움을 주지는 못했지만 워크숍 참여 제안을 받고 신문과 기사를 살펴보면서 한국의 청소년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하게 됐다”고 말했다.

잡지는 100쪽 분량. 처음 하는 일이라 어려움이 많았지만 학생들은 신문에서 답을 찾으며 하나씩 풀어 갔다. 예를 들어 각자의 글을 싣는 기고문, 하나의 주제에 대한 찬반 의견 같은 형식은 신문을 통해 배웠다. 마지막 단락에 나온 ‘논단’ 역시 신문에서 제목을 따왔다. 출간비는 KPX문화재단이 후원했다. 재단이 탈북 주민과 다문화가정의 고등학생을 돕고 있다는 사실을 신문에서 보고는 도움을 요청했다.

학생들을 지도한 서울고 이미숙 교사는 “학생들이 신문 기사를 보며 북한과 북한학생에 대한 호기심을 키웠고, 잡지까지 만들었다. 교과서로 배우기 어려운 북한과 다문화 관련 내용을 NIE가 알려 준 셈이다”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