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도 야도 ‘곤혹’ 11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자신들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에 앞서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왼쪽 사진)과 신상 발언을 하는 무소속 박주선 의원.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야당이 일제히 ‘제 식구 감싸기’라고 비판하고 나선 것도, 새누리당 원내지도부가 총사퇴의 초강수를 들고 나온 것도 그런 이유다.
○ 새누리당 동료애와 민주당 역선택?
본회의 직전 열린 의원총회에선 ‘반란’이 일어났다. 이 원내대표가 “동료 의원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보다는 국민의 법감정과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가치를 우선해야 될 시점”이라며 “변화와 쇄신의 길로 가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용태 의원은 “한 개인의 생사가 달려 있는 일인데 당론으로 몰아가는 행태를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비공개 의총에서도 김성태 윤상현 의원 등의 반대 의견이 이어졌고 남경필 의원도 본회의에서 반대발언을 했다.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은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이날 표결은 무기명 비밀투표로 국회의원 281명(271명 투표)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 중 새누리당 의원은 137명(민주당 120명, 비교섭단체 24명)이었다. 정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투표함에선 197장의 사실상 반대표(반대 156표, 기권 31표, 무효 10표)가 나왔다. 새누리당 참석 의원 전원이 반대표를 던졌다고 해도 민주당과 통합진보당, 무소속에서 60명이 정 의원 체포동의안에 찬성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표결에 앞서 체포동의안 찬성을 위한 표 단속에 들어갔다. 새누리당 의원 중 절반가량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가정하면 120∼130명의 야당 의원이 무소속 박주선 의원의 체포동의안엔 대체로 찬성한 반면 정 의원의 체포동의안에는 찬성하지 않은 전략적 ‘역선택’이 있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이날 새누리당에선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본회의장에서 손을 들고 투표 지휘를 하더라”면서 “저축은행 관련 수사를 받고 있는 자신의 체포동의안 문제를 고려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무소속 의원만 체포되고 여당 의원만 살아남는다면 민주당이 박 원내대표 수사에 대해 만든 ‘야당 탄압’ 프레임이 공고화되고 ‘특권 포기’ 드라이브를 걸어온 새누리당을 곤혹스럽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 “어, 원내지도부 총사퇴까지?”
새누리당으로선 ‘특권 내려놓기와 쇄신으로 국민 신뢰 얻기’라는 대선 전략에 상당한 지장이 생겼다. 이에 자신이 책임을 지고 사퇴함으로써 당이 직접 입게 될 충격을 완화하려 했다는 것. 이 원내대표는 자신의 전격적인 사퇴가 총선 승리 이후 정신적인 나태함에 빠진 당에 충격요법이 되기를 기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사퇴 기자회견에서 “앞으로도 국회 쇄신은 중단 없이 지속돼야 하고 향후 유사 사례가 없기를 바란다”고 했다. 국회 특권 포기와 쇄신의 주도권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황 대표는 이날 오후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이 원내대표의 사퇴 문제를 논의한 뒤 “사퇴를 철회해 달라”는 뜻을 이 원내대표에게 전하기로 했다. 또 13일 의원총회를 열어 사퇴 철회 쪽으로 의견을 모으기로 했다.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원내대표가 책임질 일 이 아니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