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면 그 위에 또 쌓고… 수천년 퇴적층이 된 도시의 흔적들
보기만 해도 아찔한 절벽에서 수크루 쿠르트 씨(오른쪽)가 관광객에게 바로 옆 동굴로 건너갈 수 있는 통로에서 길 안내를 하고 있다. 이곳에서 다렌데 시의 토흐마 계곡까지 이어지는 길은 1000여 개의 동굴이 이어져 있다.1000년 전 조상들이 외부의 침입을 피해 살기 시작한 레벤트 협곡에 있는 길이 이젠 ‘역사의 길’ 로 불린다. 말라트야=윤상선 기자
세계문화유산인 넴루트 산은 말라트야에서 약 3시간 30분 거리에 있다. 해발 2150m.기원전 1세기 콤마게네 왕국의 안티오쿠스 1세에 의해 만들어진 신전이 있다. 높이 50m의 자갈로 만들어진 인공산 아래 신들의 석상이 지진으로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케르반사라이를 나서면 바로 바탈가지 골목이다. 개성 있는 미술작품이 집집마다 담벼락을 장식하고 있는 공공미술의 거리이다. 창문 틈으로 히잡을 쓴 여자들이 수줍게 여행자를 구경하거나 개구쟁이 꼬마아이들이 ‘코레’를 외치며 졸졸 따라다니는 모습이 과거 우리의 시골마을을 연상시킨다.
말라트야 신시가지에서 7km 떨어진 오르두 주에는 솥뚜껑처럼 솟아오른 아르슬란테페가 있다. 1932년에 발굴하기 시작했는데 기원전 5000년에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발견된다. 도시가 무너지면 다시 짓기를 반복한 흔적이 8m 높이에 샌드위치처럼 층층이 쌓여 있다. 기원전 3000년부터 기원전 1600년까지 7개 시대 문명의 흔적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아르슬란테페 꼭대기에선 멀리 유프라테스 강이 보인다.
올해 63세인 수크루 쿠르트 씨는 레벤트 협곡에서 만난 동굴 가족이다. 그의 집은 웬만한 동굴호텔 못지않게 안락하게 꾸며져 있다. 그는 3명의 부인과 19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100여 년 전 할아버지들은 소나 양을 키우면서 동굴에서 살았지만 그는 시원한 여름에만 올라와 살고 겨울에는 시내에 머문다. 여름에 찾는 별장인 셈이다.
이곳에서 기원전 5000년∼기원전 4000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화살 유물이 발견됐다. 그때부터 인간이 살았다는 증거다. 협곡에는 크고 작은 동굴집이 1000여 개 있다. 신기하게도 대부분 암반에서 지하수가 올라온다. 이곳 퀴추크퀴르네 마을에서 다렌데 시의 토흐마 계곡까지 이어지는 동굴 길을 이곳에서는 ‘역사의 길’이라고 한다.
토흐마 계곡에선 트레킹과 래프팅을 할 수 있다. 소문주바바 사원에서 시작하는 트레킹 코스는 1.3km 길이다. 절벽 아래 3개의 대형 수영장에는 길이 20m의 암반수가 솟아나는 동굴이 있다. 토흐마 강을 따라 협곡을 걷다 보면 햇빛을 받아 붉게 물든 바위와 파란 하늘이 강한 대조를 이루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트레킹이 끝나는 쾨퓌뤼괴주에선 거대한 귄프나르 폭포를 만나게 된다.
울비 사란 말라트야 주지사의 한국 사랑은 남다르다. 한국에서 유학 중인 그의 아들이 주연모델이 돼 제작한 한국 사랑 동영상이 한 방송국 공모전에 입상하기도 했다. 동영상은 ‘Everyday is another reason why I love Korea’로 끝나는데 말라트야 최대 백화점 야외 전광판에서 하루에도 몇 차례씩 상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