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희 교수 제공
이누이우식료품주식회사(乾卯食料品株式會社)의 라구도겐 광고(동아일보 1922년 12월 24일)는 “애(愛)하라 경(敬)하라 강(强)히 육(育)하라”는 헤드라인을 아이 그림 아래쪽에 배치했다. 지면 하단에 헤드라인을 배치하기란 쉽지 않은 선택이다. “증물(贈物·선물)로는 다시 업는(없는) 어느 가정에서던시(든지) 대환영이올시다 귀지(貴地·상대방이 사는 곳을 높여 부름)에서도 만히(많이) 판매합니다”라는 보디카피에서 알 수 있듯이, 선물로도 좋고 어느 곳에서나 많이 판매되고 있다며 ‘분말 순유’의 특성을 강조했다.
통통하게 살찐 아이가 사발에 가득 담긴 라구도겐 우유를 한손으로는 들기 어려워 두 손으로 들고 있는 장면은 많이 먹여 우량아로 키우라는 시각적 메시지다. 이전에는 젖이나 밥 말고는 아이에게 먹일 게 없었는데, 우유라는 신상품이 알려지면서부터 엄마들은 이유식 개념을 갖게 된다. 아이를 사랑하는 모성애와는 별도로, 아이를 우량아로 키우겠다는 생각은 1920년대 이후 급속히 확산됐다. 당시 조선총독부가 자녀를 우량아로 키우라고 적극 권장했기 때문. 곳곳에서 우량아 선발대회를 개최했고, 우유를 먹여 우량아로 키우는 것이 근대적이며 과학적인 모성애라고 치켜세웠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