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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눈/폴 크루그먼]밋 롬니의 불투명한 재산명세

입력 | 2012-07-13 03:00:00


폴 크루그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옛날에 롬니라는 이름의 부자가 미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 그는 자신의 재산이 스스로 노력한 대가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그는 노동자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은 그가 어떻게 부자가 됐는지 알고 싶어 했다. 그는 부득이하게 재산명세를 낱낱이 공개해야 했다.

그러나 그건 44년 전의 일이다. 사업 경력과 재산명세의 투명한 공개 의지에 대한 조지 롬니와 그의 아들 밋 롬니의 차이점은 미국 사회가 어떻게 변했는지 극적으로 보여준다.

아들 밋 롬니의 불투명한 재산명세를 집중 조명한 미 연예정보잡지 베니티페어의 탐사보도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우선 아버지 조지 시절의 미국에서 부자가 되는 것의 의미가 현재와 어떻게 다른지 논의해보자.

조지는 어떻게 돈을 벌었을까. 답은 간단하다. 그는 아메리칸모터스라는 자동차회사를 운영했다. 경영도 잘했다. 당시 대형차에 집착한 빅3(포드, GM, 크라이슬러)와 달리 조지는 소형차에 초점을 맞췄다. 이는 미국인의 일자리를 지켜주면서 그의 회사에 행운을 안겼다.

조지도 큰 부자가 됐다. 이런 사실은 그가 대선 출마 당시 공개한 12년간의 소득신고서를 통해서 알 수 있었다. 수익이 가장 높았던 1960년 한 해에만 66만 달러 이상을 벌었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현재의 500만 달러(약 57억5750만 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얼마나 많은 세금을 냈는지도 알 수 있다. 그는 1960년 소득의 36%를, 재산명세를 공개한 12년 동안 소득의 37%를 세금으로 납부했다. 그는 납세를 피하기 위한 어떤 수단도 활용하지 않았다. 게다가 1950, 60년대 고소득층에 대한 세금은 지금보다 훨씬 많았다. 법인세 간접효과까지 포함하면 당시 고소득층의 세금은 현재의 두 배에 이른다.

다시 아들을 보자. 그는 투자컨설팅업체 베인캐피털을 운영해 많은 돈을 벌었다. 아버지처럼 사람들이 원하는 물건을 만들어 부자가 된 것은 아니다. 그는 대부분 노동자들을 더 가난하게 만들고 회사들을 파산시킨 금융공학으로 재산을 불렸다.

차이점은 또 있다. 조지와 달리 밋의 재산명세는 대부분 베일에 가려져 있다. 밋이 마지못해 공개한 한 해 분량의 소득신고서에서 그가 놀라울 정도로 세금을 적게 낸 사실이 드러났다. 베니티페어가 지적했듯이 투자액 대부분은 여전히 미스터리다.

이렇게 말해보자. 지금까지 수백만 달러의 스위스 은행계좌와 조세피난처로 유명한 케이맨 제도에 수천만 달러를 투자했던 주요 대통령 후보가 있었던가.

그는 개인퇴직연금계좌(IRA)도 갖고 있다. IRA는 중산층에 면세 혜택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 어떤 이유에서인지 밋 또한 2000만∼1억100만 달러 규모의 계좌를 갖고 있다. 그가 이 과정에서 어떤 합법적인 절차를 거쳤는지는 알 수 없다. 그가 재산명세 공개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밋과 그의 보좌관들은 투자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면 유권자들이 지지하지 않을 것으로 믿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유권자들은 진실을 알 권리가 있다. 결국 선거란 부분적으로는 유권자들에게 인지된 후보자의 인격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돈을 쓰는 방식은 인격을 이해하는 주요 단서다.

한 가지만 더 이야기하면 밋이 주장하는 일관된 정책의제의 하나는 고소득층에 대한 세율 인하다. 아버지 시절에 비해 고소득층의 세금 부담이 절반에 불과한데도 말이다. 특정 정책을 지지하는 사람은 그 정책으로 개인이 얻을 이득에 대해 유권자들에게 솔직하게 말할 특별 의무가 있다.

폴 크루그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