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그러나 그건 44년 전의 일이다. 사업 경력과 재산명세의 투명한 공개 의지에 대한 조지 롬니와 그의 아들 밋 롬니의 차이점은 미국 사회가 어떻게 변했는지 극적으로 보여준다.
아들 밋 롬니의 불투명한 재산명세를 집중 조명한 미 연예정보잡지 베니티페어의 탐사보도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우선 아버지 조지 시절의 미국에서 부자가 되는 것의 의미가 현재와 어떻게 다른지 논의해보자.
조지도 큰 부자가 됐다. 이런 사실은 그가 대선 출마 당시 공개한 12년간의 소득신고서를 통해서 알 수 있었다. 수익이 가장 높았던 1960년 한 해에만 66만 달러 이상을 벌었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현재의 500만 달러(약 57억5750만 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얼마나 많은 세금을 냈는지도 알 수 있다. 그는 1960년 소득의 36%를, 재산명세를 공개한 12년 동안 소득의 37%를 세금으로 납부했다. 그는 납세를 피하기 위한 어떤 수단도 활용하지 않았다. 게다가 1950, 60년대 고소득층에 대한 세금은 지금보다 훨씬 많았다. 법인세 간접효과까지 포함하면 당시 고소득층의 세금은 현재의 두 배에 이른다.
다시 아들을 보자. 그는 투자컨설팅업체 베인캐피털을 운영해 많은 돈을 벌었다. 아버지처럼 사람들이 원하는 물건을 만들어 부자가 된 것은 아니다. 그는 대부분 노동자들을 더 가난하게 만들고 회사들을 파산시킨 금융공학으로 재산을 불렸다.
차이점은 또 있다. 조지와 달리 밋의 재산명세는 대부분 베일에 가려져 있다. 밋이 마지못해 공개한 한 해 분량의 소득신고서에서 그가 놀라울 정도로 세금을 적게 낸 사실이 드러났다. 베니티페어가 지적했듯이 투자액 대부분은 여전히 미스터리다.
그는 개인퇴직연금계좌(IRA)도 갖고 있다. IRA는 중산층에 면세 혜택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 어떤 이유에서인지 밋 또한 2000만∼1억100만 달러 규모의 계좌를 갖고 있다. 그가 이 과정에서 어떤 합법적인 절차를 거쳤는지는 알 수 없다. 그가 재산명세 공개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밋과 그의 보좌관들은 투자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면 유권자들이 지지하지 않을 것으로 믿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유권자들은 진실을 알 권리가 있다. 결국 선거란 부분적으로는 유권자들에게 인지된 후보자의 인격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돈을 쓰는 방식은 인격을 이해하는 주요 단서다.
한 가지만 더 이야기하면 밋이 주장하는 일관된 정책의제의 하나는 고소득층에 대한 세율 인하다. 아버지 시절에 비해 고소득층의 세금 부담이 절반에 불과한데도 말이다. 특정 정책을 지지하는 사람은 그 정책으로 개인이 얻을 이득에 대해 유권자들에게 솔직하게 말할 특별 의무가 있다.
폴 크루그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