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집 - 갤러리 옹기종기 품은 ‘낭만 골짜기’
12일 경기 포천시 모루길 카페 밀집 지역에서 서양화가 강구원 씨가 1989년 처음 모루길에 작업실을 차렸을 당시의 풍경을 설명하고 있다. 카페 한두 곳만 자리 잡았던 이 일대는 이제 예술가의 창작 활동과 조화를 이룬 카페촌이 들어서 있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 자연 속 다양한 문화가 매력
12일 경기 포천시 소흘읍 고모산과 죽엽산 사이 고모리 저수지를 따라 조성된 4km 남짓한 ‘모루길’. ‘모루’는 산이 높고 수풀이 우거졌다는 순우리말이다. 문화와 예술, 그리고 역사가 어우러진 이 ‘슬로 로드’를 서양화가 강구원 씨와 함께 걸었다. 강 씨는 1989년 이곳에 작업실을 차리면서 인연을 맺은 뒤 20년 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인근에 자연환경이 잘 보존된 광릉수목원이 있어 이곳을 찾는 이들의 오감을 만족시켜준다. 1년 내내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밤에는 산책로를 따라 밝혀진 카페들의 분위기가 로맨틱하다.
모루길 중간 중간에는 먹을거리뿐 아니라 즐길거리와 볼거리도 풍성하다. 고모리 저수지 인근에는 고구려 광개토대왕이 이 지역을 점령한 후 쌓았다는 전설의 고모루 산성이 있다. 지금은 성곽 대부분이 무너지고 흔적만 남아 있다. 이 일대에 오르면 주변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 전투 요충지라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회화 조각 공예 사진 등 다양한 분야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모산갤러리, 유강갤러리, 물꼬방미술관 등에서는 수시로 전시, 공연이 펼쳐진다. 조금 떨어져 있는 아프리카 예술박물관도 가볼 만하다. 외관은 서아프리카 말리공화국의 이슬람사원 젠네 대사원을 토대로 설계했다. 아프리카 생활과 문화를 간접 체험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다. 매년 9월이면 순수 예술인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아트페스티벌(9월 20∼24일)이 열린다. 축제 기간엔 고모리 무림리 직동리 등에서 생활하며 창작 활동 중인 예술가 100여 명이 방문객과 직접 만나 소통한다. 축제 기간에는 갤러리 공연장 마을회관 학교 카페 등 주변 모든 곳이 공연장이고 전시장이다. 작가들은 개인 작업실도 특별히 공개한다.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각종 체험활동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