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기업 관계자는 “‘환노위가 우리 편’이라는 인식만으로 노조의 기대심리가 커지고 현장 분위기가 달라지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 “정치이슈화, 현장 왜곡시킬라”
기업계가 환노위에 특히 전전긍긍하는 것은 환노위는 법안 처리 외의 방법으로도 기업 경영에 직접 영향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청문회나 국정감사를 통해 노사 갈등을 빚는 기업의 총수를 국회로 불러 압박하며 노조에 힘을 실어줄 수도 있고, 아예 환노위 차원의 권고안을 기업에 요구할 수도 있다.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11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를 만나 국회 원 구성을 다시 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앞으로 노동계가 현장에서 갈등이 발생할 때마다 국회로 달려갈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개별 기업의 노사 갈등이 환노위를 통해 정치 이슈가 되고 이것이 다시 현장의 노사관계를 왜곡시키는 악순환이 염려된다는 것이다.
○ “법안 처리보다 무서운 증인 채택”
환노위의 영향으로 사측이 노조에 머리를 숙인 가장 대표적인 기업은 지난해 파업 사태를 겪은 한진중공업이다. 지난해 8월 환노위는 청문회를 열어 이 회사 조남호 회장과 이재용 사장을 소환했다. 이 자리에서 당시 민주당 정동영 의원은 조 회장에게 “더는 사람을 죽이지 말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조 회장이 “노사 자율에 맡겨 달라”고 호소했으나 결국 환노위가 제안한 ‘정리해고자 1년 내 복직’ 권고안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솔직히 의원들의 입법 활동은 본회의도 거쳐야 하고 정부의 의지도 반영되지 않느냐. 진짜 무서운 건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해 망신을 주는 것”이라며 “이런 장면을 떠올리면 앞이 깜깜하다”고 말했다.
한편 주요 대기업 30여 곳의 인사·노무 담당 임원들은 다음 주 중 모임을 갖고 경총과 함께 여소야대 환노위 구성에 따른 대책을 논의할 방침이다. 그러나 경총 관계자는 “사실 별 뾰족한 수가 없어 고민”이라고 털어놓았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