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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장환수의 數포츠]이만수 리더십에 직격탄을 날리련다

입력 | 2012-07-14 03:00:00


SK와이번스의 전현직 사령탑인 김성근 전 감독(왼쪽)과 이만수 감독. 김 감독 시절 상위권을 주름잡았던 SK는 최근 부진의 늪에 빠졌다. 동아일보DB

김성근의 SK와 이만수의 SK.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대단히 미안하지만 이 감독에게 직격탄을 날리는 것으로 數포츠를 시작해 본다. 반대 의견도 있겠지만 김성근은 ‘야신(野神)’으로 불리는 검증된 지도자. 반면 이만수는 메이저리그에서 오랫동안 코치 경험을 쌓았다 해도 올해 정식 감독으로 데뷔한 초보 사령탑.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사상 최초로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우승 3회, 준우승 2회의 성적을 거둔 SK는 김성근이 떠난 뒤 총체적 위기를 맞았다. 이 감독께선 비판을 너그럽게 받아주시기 바란다.

▶올해 SK의 각종 지표를 보면 “감독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라는 말이 절로 나올 법하다. 최근 당한 8연패와 6위 추락은 김성근이 지휘봉을 잡은 2007년 이후엔 없던 일이다. 5할 승률 밑으로 내려간 것도 시즌 초인 2009년 4월을 제외하면 처음이다. 더욱 눈에 띄는 적신호는 팀 컬러가 이도저도 아니게 됐다는 점이다. 12일 현재 SK는 홈런 1위(67개)다. 그러나 득점(298개)과 타율(0.251), 출루율(0.326)은 꼴찌다. 이 감독의 주문대로 타자들은 3구 이내에 시원하게 방망이를 돌렸지만 영양가는 없었다. 3할 타자도 없다. 이호준이 0.286(19위)으로 가장 높다. 도루(40개)는 가장 적고 도루 실패(39개)는 가장 많다. 도루 시도 자체가 경기당 1개꼴밖에 안 된다. 뛰는 야구와는 거리가 멀었다. 예전의 SK와 비교하면 너무 낯선 풍경이다. 결국 이만수의 빅볼은 자리 잡지 못한 채 김성근의 끈적끈적함만 없어진 셈이 됐다.

▶그나마 투수력으로 버텼지만 마운드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항상 선두권이던 팀 평균자책은 3.93으로 공동 4위. 선발 투수의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실점 이내)는 25번으로 공동 6위인 KIA와 LG(이상 30번)보다도 훨씬 적다. SK는 선발진이 무너진 채 시즌을 치르고 있다. 김광현 송은범 마리오 윤희상은 마치 리턴 매치를 하듯 엔트리를 들락거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불펜에 과부하가 걸렸다. 필승계투조인 박희수와 마무리 정우람이 무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들마저 지난달 21일 나란히 이탈했다. 이후 SK는 3승 12패로 추락했다. 이제 SK는 지긋지긋한 팀이란 영예로운 악명은 사라지고 상대하기 쉬운 팀으로 호구가 됐다.

▶김성근 시절에도 매년 위기는 있었다. 취임 첫해인 2007년에는 5월 승률이 0.478이었다. 2008년에는 7월 승률이 0.389로 곤두박질쳤다. 2009년에는 7월 승률 0.400에 7연패를 했다. 2010년에는 8월에 6연패, 2011년에는 6월 말부터 7연패를 했다. 그래도 초반에 열심히 벌어둔 승률이 있었기에 위기에서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다. SK의 4월 승률은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0.667-0.769-0.609-0.783-0.714로 압도적이었다. 또 부상 선수가 있어도 이를 대체할 깜짝 선수가 등장했다. SK는 올해도 4월 승률은 0.563(3위)으로 나쁘지 않았다. 살얼음판이었지만 지난달 25일까지만 해도 선두였다. 다만 예전과 차이가 있다면 연패 모드에 들어갔을 때 해결책은 나오지 않은 채 5할 마지노선까지 주르륵 밀렸다는 점이다.

▶야구에서 감독이 승부에 영향을 미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수치로 검증할 수 없는 영역이긴 하지만 대단히 흥미로운 화두다. 범위를 좁혀 김성근의 발자취를 한 번 따라가 보자. 김성근의 젊을 때 별명은 ‘반쪽발이’였다. 우리말이 서툰 그에게 대놓고 한 욕설이다.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환영받지 못한 한(恨)은 오늘의 김성근을 있게 한 원동력이 됐으니 아이로니컬하다. 이 별명은 그가 프로 감독이 된 뒤 그의 팀 운용 방식을 비난하는 말로도 쓰이게 됐다. 알려진 대로 김성근 야구엔 스타가 없다. 10승 투수도 필요에 따라선 원 포인트 릴리프로 나가야 한다. 4번 타자도 상대 투수에 따라선 벤치를 지키거나 대타로 기용된다. 토니 라루사였다면 분명 달랐겠지만 어떤 이들은 이를 두고 마치 시계 부품마냥 반쪽 선수를 양산하는 반쪽 야구라고 폄하했다. 선수들의 능력을 최대한 쥐어짜내다 보니 김성근이 떠나고 난 팀은 부상 선수가 속출하며 와해된다는 의혹도 받았다.

▶과연 그랬을까. 수치상으로만 보면 김성근에 대한 의혹은 거의 근거가 없어 보인다. 김성근이 SK 이전에 맡았던 OB-태평양-삼성-쌍방울-LG의 5개 팀 중 그가 떠난 뒤 성적이 내려간 팀은 LG가 유일하다. LG는 2002년 정규 시즌에선 4위를 했지만 현대와 KIA를 잇달아 꺾고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가 삼성에 아쉽게 졌다. ‘야신’이란 별명은 당시 삼성 감독 김응용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붙여준 것이다. 그러나 구단과 트러블을 겪었던 김성근은 팬들의 환호를 뒤로 한 채 연말에 해임됐다. LG는 이듬해 6위로 다시 내려갔다. 반면 김성근이 새로 지휘봉을 잡은 해에 성적이 오르지 않은 팀은 삼성이 유일하다. 만년 꼴찌 쌍방울은 1996년 정규 시즌 2위로 껑충 뛰었다. 2001년 35경기를 치렀을 때 2할대 승률이던 LG는 김성근이 감독 대행을 맡은 98경기에선 5할 승률에서 7승을 더 거뒀다. 직전 해 6위였던 SK는 2007년 곧바로 우승컵을 안았다.

▶[채널A 영상] 8연패 ‘늪’ 벗어난 SK, 2연승 축배 올려

▶그렇다고 올해 SK가 희망을 접은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SK는 선수들이 야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게 최대 강점이다. 어떤 이는 이를 김성근이 남긴 유산이라고 한다. SK는 지난해 김성근이 시즌 중 경질된 뒤 선수들이 사실상 태업까지 하는 홍역을 치르면서도 포스트시즌 티켓을 따낸 뒤 KIA와 롯데를 연파하고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2003년 LG와는 정반대로 올해 SK는 우승 후보였다. 현재 지표를 보면 삼성과 롯데는 4강 안정권이라고 기자는 생각한다. 선두 삼성은 하위권에 머물 때도 팀 평균자책은 1위였다. 롯데는 이대호가 빠진 데다 부상 타자가 속출하면서 4번 타자가 매일 바뀌는 악조건 속에서도 팀 타율 1위를 유지했다. 두 팀이 그만큼 힘이 있다는 증거다. 나머지 두 자리를 놓고 KIA, 두산, 넥센과 SK가 다툴 것으로 보인다. 더그아웃에서 희로애락을 강하게 표출하는 이 감독이 선수들이 실수할 때 조금만 표정 관리를 해줄 수 있다면 말이다.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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