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체수 늘어 年4000억 손실” vs “남획 우려 커”
2010년 3월 충남 태안군 신진도 앞바다에서 그물에 걸린 길이 5.1m의 밍크고래. 이 고래는 보령수협 경매에서 1520만 원에 팔렸다. 동아일보DB
최근 고래가 국민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IWC에 참석한 한국 대표단이 과학조사용 포경 계획서를 내년에 제출하겠다고 밝혀 국내는 물론이고 국제사회가 들썩였기 때문입니다. 고래를 잡아야 할까요, 아니면 앞으로도 지금처럼 보호해야 할까요.
정부에 포경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수산업계와 어민들은 ‘고래 보호’로 얻는 경제적 가치보다 포경의 경제적 가치가 더 크다고 주장합니다. 개체 수가 증가한 고래 때문에 경제적 손실이 막대하다는 것입니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한국 연근해에 분포한 고래는 현재 약 8만 마리로 추정됩니다. 정부가 IWC에 가입한 1986년부터 국제 멸종위기 12종을 포함해 모든 고래를 잡지 못하도록 법으로 금지한 후 개체 수가 크게 증가한 것이죠.
포경이 금지된 상황에서 고래는 어민들 사이에서 ‘바다의 로또’라 불릴 만큼 비싸졌습니다. 고래고기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달리기 때문입니다. 밍크고래의 경우 200g당 3만 원이 넘는 가격에 팔립니다. 현재는 그물에 걸려 죽은 고래의 고기만 유통허가증명서를 발급받아 식용으로 유통할 수 있습니다. 올해 2월에도 울산 간절곶 앞바다에서 그물에 걸려 죽은 밍크고래가 8200만 원에 낙찰됐습니다. 이런 소식이 주요 뉴스에 오를 정도로 고래는 어민들에게 금덩어리 같은 가치를 갖고 있습니다.
사실 포경이 금지되기 전 고래고기는 서민들이 싼값에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대중적인 먹을거리였습니다. 덴마크 그린란드 등 추운 지역에 사는 원주민들은 IWC의 허가를 받아 고래를 잡아 단백질원으로 삼고 있습니다. 고래가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대체하는 음식인 셈이죠. 수산업계와 어민들은 포경이 허가되면 고래 가격도 자연스레 떨어져 서민들도 저렴한 가격에 고래고기를 즐길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주장에 대해 반(反)포경국가와 환경단체들의 반박은 단호합니다. 고래로 인한 수산자원 피해액은 추정치일 뿐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또 이들은 2000년대 들어 한국에서 그물에 걸려 죽은 고래가 4700여 마리에 이르는 등 이미 한국을 ‘실질적 포경 국가’로 봐야 하는 만큼 그물에 걸린 고래의 유통까지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정부가 명분으로 내세운 과학조사도 고래를 잡는 대신에 호주, 뉴질랜드처럼 일부 고래에게 위성추적장치를 달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호주, 뉴질랜드 같은 반포경국가와 환경단체들은 한국 수산업계와 어민들이 궁극적으로는 ‘상업 포경’을 원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89개 IWC 회원국 중 유일하게 과학 포경을 하고 있는 일본이 과학연구를 하겠다며 잡는 연간 1000여 마리의 고래가 실제로는 식용으로 유통되고 있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듭니다.
국제사회와 환경단체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한국 정부도 일단 “상업포경은 절대 추진하지 않는다. 포경을 하지 않고도 과학조사를 할 수 있는 대안이 나온다면 포경 계획을 철회할 수도 있다”고 한 발 물러섰습니다. 포경을 둘러싼 찬반양론을 현명하게 조정할 정부의 지혜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