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근혜 의원은 13일 정두언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의원총회에서 회의장 구석에 앉아 미동도 하지 않고 회의를 지켜봤다. 지도부가 정리한 의총의 결론은 ‘박심(朴心)’ 그대로였다. 정 의원에게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것 이상의 가시적 조치를 요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출당(黜黨) 조치를 취하기로 한 것도, 체포동의안 부결에 책임지고 물러나겠다는 이한구 원내대표의 사퇴 보류도 대체로 박 의원의 뜻과 같았다.
박 의원을 뺀 새누리당 의원 148명이 정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 때와 이후 보인 모습은 우왕좌왕(右往左往) 그 자체였다. 체포동의안에 반대한 새누리당 의원 중 일부는 11일 정 의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기 직전에 가진 의총에서 박 의원의 대선후보 캠프 공보단장인 윤상현 의원이 반대 발언을 하자 부결이 박 의원의 뜻인 줄 오해하고 동조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박심에 따라 춤추는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 현상이다.
박 의원이 정 의원 문제에 대해 언급한 것은 13일 의총 직전 ‘복도 발언’이 처음이고 유일하다. 박 의원은 “정 의원은 평소 쇄신을 강조해온 분이니까 평소 신념답게 당당하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의총에서는 사태 수습 방안에 대해 여러 의견이 나왔지만 이후 최고위원회의를 거쳐 내려진 결론은 박 의원이 복도에서 말한 취지 그대로였다.
지금 새누리당은 ‘박근혜당’이라고까지 불릴 정도로 박 의원 한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 최근 결론이 난 대선후보 경선 룰도 비박(非朴) 주자들이 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을 끈질기게 요구했음에도 박 의원의 뜻을 따라 현행대로 유지됐다.
파이낸셜타임스지 칼럼니스트인 팀 하퍼드는 저서 ‘어댑트’에서 “오늘날 사회는 아무리 똑똑하고 지혜롭고 용기 있는 리더라도 혼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하지 않다”고 했다. 지도자 말 한마디에 당 전체의 의견이 왔다 갔다 하는 정당이 걱정스럽다. 당내 민주주의도 못하는 정당이 국가 전체의 민주주의는 제대로 할 수 있겠는지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박 의원이 새누리당의 대선 예비 후보로서 압도적 지지를 받는다고 해도 당에서 한 사람 목소리만 들려서는 안 된다. 다양한 목소리가 들리고 그 소리들이 공명(共鳴)해야 울림이 커질 수 있다.